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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건설 중인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중 터널

수중 터널 전성시대 열리나…

[객원 에디터 4기/장수빈 기자] 2025년 개통을 목표로 덴마크와 독일 간 수중 터널 ‘파마른벨트 터널’이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 덴마크의 롤란 섬과 독일의 페마른 지역을 오가는 유일한 방법은 여객선 밖에 없다. 그러나 수중 터널이 완공되어 4차선 고속도로와 복선 철도가 깔리면 자동차와 기차로 각 10분 및 7분 만에 두 나라 사이의 해협을 건널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시와 덴마크 코펜하겐시 간에 5시간 걸리던 이동 시간이 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 출처 railtech.com edited by kcontents >

두 나라 간 수중 터널은 해저에서 터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만든 구조물을 바다에 가라앉혀 만드는 침매공법으로 건설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침매터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바트 터널(5.8km)인데,  덴마크와 독일 간 수중 터널이 완공되면 바트 터널보다 3배 이상 긴 터널(약 18km)이 완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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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터널은 계곡이나 산을 관통하는 터널들과는 다르게 물의 압력이 크고 지반이 약해 공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공, 검증되어 그 방법이 해마다 발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완공된 수중 터널에는 다음과 같은 공법들이 사용되었다.

‘개착식 공법’은 터널 양옆에 임시로 댐을 쌓아서 고인 물을 퍼낸 다음 바닥을 굴착해서 터널을 건설한 뒤 물을 다시 채우는 방법이다. 이는 초창기 수중 터널 공법으로 최근에 시공 중인 대규모 해저 터널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과 천호역 사이의 터널이 개착식 공법의 사례로 볼 수 있다.

‘Shield-TBM 공법’은 거대한 칼날이 달린 원통 모양의 머리를 가진 굴착 장비를 회전시켜 구멍을 파는 방법으로 소음이나 진동 발생 등이 다른 공법에 비해 현저히 낮아 공사 구간 주변의 빌딩과 가옥 등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로 터널이나 한강 하저터널 등 수많은 국내외 터널 공사에 적용되면서 안정성과 시공 능력을 검증받았다.

‘NATM 공법’은 수중 터널뿐 아니라 일반적인 터널 공사에도 사용되는 공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법이다. 다이너마이트 등을 폭발시켜 일정한 구멍을 낸 뒤에 굴착하는 방법을 쓴다.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대천항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 해저터널(6927m)이 NATM 공법을 사용해 완공되었다.

마지막으로 ‘침매터널 공법’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첨단 수중 터널 건설 기술이다. 바닷물이나 강물의 바닥을 뚫는 것이 아니라 강이나 바다 밑에 트렌치(trench)를 굴착해 놓고, 작업장에서 침매함(터널 구조체)을 만들어 해저 터널이 설치될 장소로 운반한 다음, 미리 조성된 트렌치에 침매함을 설치한 뒤 다시 묻어서 터널을 완성시키는 공법이다. 침매공법은 터널에 부력이 작용하므로 겉보기 비중이 적고 지반의 지지력이 크게 필요 없어 연약지반에 적합하며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다. 또한 침매함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항로에 대한 제약이 적다. 시공의 효율성이 좋아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거가대교의 해저 터널 구간인 가덕 터널이 침매 공법으로 지어졌다.

한때 국내에서 검토됐던 초장거리 수중 터널 프로젝트로는 제주와 목포를 잇는 해저터널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는 경제성이 부족하여 보류된 상태지만 제주도의 관광 활성화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재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중 터널은 직경이 넓지 않아도 되는 철도 터널과 자동차를 이용하는 도로 터널을 나누어 건설한다. 그러나 덴마크와 독일 간 수중 터널은 기차와 자동차가 함께 다니는 복합 터널 구조로 개발될 예정이다. 세계 최장이라는 이유 외에도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바닷물이나 강물 등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육지와 육지를 이어주는 수중 터널은 지역과 지역, 그리고 국가와 국가를 하나로 이어주면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수중 터널로 나라 간의 물리적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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