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푸틴은 왜 러시아 선거에서 몰표를 받았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혼란의 1990년대를 이겨낸 푸틴

전쟁은 지지율의 발판

러시아와 민주주의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신승우 기자]지난 3월 17일, 세간의 예상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역대 최고 득표율을 갱신하면서 5선에 성공했다. 지난 선거인 2018년에 기록된 77%보다 10% 증가한 87%로 집계됐다. 푸틴 외의 후보는 총 4명이었으며, 예상대로 푸틴의 재선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푸틴은 199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보리스 옐친이 국무총리 대행으로 그를 임명하면서 러시아의 권력을 잡았다. 당해 12월, 옐친이 사임을 발표했고 푸틴에게 전권을 이양했다. 이후 2000년, 2004년 대선에 당선된 푸틴은 2회 이상 연임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에 걸려 측근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고 총리로 물러났다. 이도 잠시, 2012년 대선에서 6년 임기로 늘어난 대통령이 된 푸틴은 2018년 대선에도 승리하며 장기 집권을 이어 나갔다. 푸틴은 임기 중 2020년 개헌으로 러시아 헌법의 ‘3 연임 금지’ 조항을 무력화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길을 열어놓았다.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203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 해에 있을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게 됐다. 2030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푸틴은 2036년, 그가 84세가 되는 해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푸틴은 24년간 러시아 대통령, 권력의 최정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러시아는 정치와 경제구조의 전환을 겪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에게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보리스 옐친은 ‘충격요법’이라는 급진적인 경제정책을 벌여 소련 체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반발을 샀다. 옐친 정부는 모든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했으며 물가도 자율화했다. 그의 목적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빠른 체제 전환이었으나 러시아 사회의 혼란과 산업 붕괴가 발생했고 초인플레이션을 야기시켰다. 

푸틴은 이 시기를 이겨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0년,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천연자원의 수출 의존도를 높였다. 푸틴의 정책은 당시 국제 유가상승과 겹치는 시기였기 때문에 러시아의 경제 회복은 빠르게 진행됐다. 천연자원 수출로 국가 보유 외환을 늘렸으며 경제 구조를 개선했다. 러시아의 경제는 안정화됐으며 국민의 생활 수준도 향상됐다. 결과적으로 푸틴은 러시아의 영웅으로 인식되었고, 그의 지지율은 상승가도를 달렸다.

푸틴은 재임 기간 중 전쟁을 쉬지 않고 일으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푸틴은 과거의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푸틴은 화려했던 러시아 제국과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소련 시절의 막강한 군사력 등 과거의 추억을 이용해 러시아 국민들을 결속시켰다. 그가 총리였을 당시에는 2차 체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후 푸틴은 그루지아 침공,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을 일으켰다. 2008년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당시 푸틴의 지지율은 88%까지 올랐으며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60%에서 80%대로 올라갔다. 또한, 러시아 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2022년 푸틴의 지지율은 69%로 우크라이나 침공설 이후 6% 올랐다는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 국민은 그들이 원하던 ‘강한 조국’을 보여준 푸틴을 지지했다.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독재 국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국민투표로 선거를 치러 대표를 뽑는다고 해서 민주주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권 세력은 민주주의 투표로 선출된 것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입법부와 사법부가 견제해야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부분들이 매우 부실하다. 

러시아 의회의 권한은 약하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은 막강하다. 또한, 러시아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다는 점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점도 이에 기여한다. 소련 시절에는 민주주의를 경험했을 리가 전무하고 러시아가 세워진 지 10년도 채 안 되어 푸틴이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러시아 민주주의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푸틴 정권은 러시아 국민의 저조한 민주주의 의식을 이용한다. 2018년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헌법으로 인해 더 이상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2020년 러시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77.9%가 나오며 푸틴이 다음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선 집권에 성공한 푸틴,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많은 국가들이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선거를 통해 장기 집권을 얻은 푸틴을 보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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