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 페스트
by Hayoon Lee (ASD Grade 11)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이 출간된 1947년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페스트’는 히틀러가 주장했던 전체주의, 즉 나치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페스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었던 것처럼, 나치즘은 합리주의적 사고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삶의 태도를 흔들어 놓았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카뮈는 전쟁의 부조리 속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는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이라고 보았다.
2020년, 세계는 현대판 페스트인 코로나19의 만연으로 공황 상태이다.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방역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하나하나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검사를 받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페스트』 속 인물들이 페스트라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현재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카뮈가 주장하는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이 글로벌 시대에는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과 연대는 어디에서 오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페스트』에서 랑베르는 윤리적이고 실천력이 강한 인물이며 리외, 타루와는 달리 중간에 성격이 바뀌는 입체적 인물이다. 처음에 그는 페스트가 발생했을 때 이기적이고 회의적으로 행동하지만 점차 이타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변해간다. 카뮈가 말하는 ‘반항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랑베르는 기자의 신분으로 오랑에 왔다가 연인이 있는 파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오직 돌아갈 방법만을 간구하려 했다. 그는 사랑하는 부인과 떨어져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의사로서의 자기의 일에만 몰두하는 리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말의 양심으로 떠나기 전까지 타투가 주최한 보건대를 돕기로 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오랑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랑베르는 오랑을 떠나지 않기로 한다. 그저 도덕적 양심으로 참여했던 보건대에서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이 쌓이고 동지애가 생기면서 오랑은 더 이상 외지도 아니며 리외와 보건대 동지들은 타인이 아니라 ‘우리’가 된 것이다. 그는 이제 그들을 두고 자기만 탈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카뮈는 랑베르라는 인물을 통해 신뢰와 연대의식이 형성된 사회에서는 극한 상황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전한다. 랑베르는 자신의 사랑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면서도 사회 구성원이 되어 그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파늘루라는 인물은 신부이기에 종교적 관점에서, 페스트는 신이 내린 형벌이며 죄인인 우리가 페스트로 죽는 것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신념은 죄 없는 어린아이가 페스트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너진다. 페스트는 사악한 이들을 벌주는 신의 심판이 아닌, 죄 없는 사람들조차 고통스럽게 하는, 의롭지 못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파늘루 신부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한 말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결국 병에 걸렸을 때 의사의 치료를 거부하며 ‘병명 미상’으로 죽는다.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에 찾는 것은 신이다. 페스트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오랑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교회였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커지면서 종교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속에서도 불안한 사람들은 교회를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천지 등의 잘못된 종교 지도자의 인도로 코로나19의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 인간은 불안한 심리를 신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파늘루 신부를 통해 카뮈는 맹목적으로 신에게 의존하는 것은 페스트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코타르라는 인물은 페스트가 야기한 혼란을 이용해 돈을 벌고 인생역전을 하려는 사람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에 쫓기며 궁지에 몰린 코타르는 목을 매달아 죽으려 했다. 그러나 오랑시에 페스트가 퍼지자 밀매를 통해 큰돈을 벌게 된다. ‘죄인’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 페스트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자 그는 페스트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고 오히려 페스트가 다시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페스트』에서 코타르는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생명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코타르와 같은 인물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2020년 현실에서도 등장한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온 국민이 애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등 몰지각한 행동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카뮈는 코타르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 속 ‘페스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연대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스트』에서 마침내 사람들이 연대해서 페스트를 물리치지만, 마지막에 리외는 페스트는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우리는 한 번의 연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연대의식을 쌓아 나가며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타루는 정의로운 인물로 보건대를 조직하고 끝까지 페스트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 페스트에 걸려 죽게 된다.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정의로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대의식을 가지고 부당한 현실에 반항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부당함에 맞서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21세기가 들어서면서 더 이상 전염병은 개인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체제의 확립과 교통의 발달로 무역과 교류가 많아진 지금은 전 지구적인 협력과 공동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페스트』 속 인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인간상이 어떤 것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 페스트 ] : 1942년에 발표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공포와 죽음, 이별의 아픔 등 극한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의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매진되면서 2차 세계 대전을 경험한 동시대인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죽음 이라는 절대적인 조건 앞에서도 희망의 의지를 갖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며 ‘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알베르 카뮈는 44세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만 1960년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