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생물학적 발견

유전자 가위가 몰고 올 생물학적 혁명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유시아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용자가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골라서 잘라내는 기술이다. 원하는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정확도가 99%에 달한다. 자르고 싶은 염기서열과 결합하는 RNA를 빠르고 저렴하게 합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현재 실험에 필요한 동물이나 세포를 만들기 위한 유전자 편집에 가장 많이 쓰인다. 유전자의 기능을 찾거나,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유전자가위는 그 정확성과 찾아서 자를 수 있는 염기서열의 수에 따라 분류된다. 1세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아연-손가락 핵산분해효소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DNA에서 유래하였고 이것이 인식하는 염기는 열 개 내외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곳을 잘라낼 가능성이 있다. 

2세대 유전자가위는 탈렌 단백질이고 식물 병원균에서 발생하였다. 탈렌은 약 15개 정도의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복잡하고 효율도 그리 높지 않았다. 

3세대 유전자가위로 주목받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정확성을 겸비한 RNA 단백질이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인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숫자가 충분하다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 크리스퍼는 세균과 고세균에 존재하는 유전체의 특정한 염기서열을 의미한다. 그 유전자 샌드위치 주변에 비슷한 아미노산을 가진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카스라는 단백질 군이다. 

CRISPR/Cas가 왜 DNA를 자르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밝혀졌는데, 세균이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면역계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즉, 처절한 생물계의 전쟁을 통하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인류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고 세균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을 인류가 발견하여 우리 인간의 생활과 건강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만든 것이다.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엄청난 일을 해낼 것이다. 2013년 12월 동물세포에서 유전자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발표된 이후 마우스의 수정란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수정란에 Cas9과 RNA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쉽고 간편하게 새로운 형질의 쥐를 만들 수 있다. 마우스 실험 성공 이후 1년도 안 되는 시기 동안에 다른 동물뿐 아니라 식물의 유전자 수정도 성공하고 있다. 이전에는 줄기세포가 없으면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없었는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가능해졌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새로운 발견에 과학계와 생식의학계는 매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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