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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에 ‘메리 크리스마스’ 쓰지 못했던 말레이시아의 변화

2020년 도입한 금지 규정 철회, “할랄 인증 절차 재검토”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워진 ‘이슬람국가’의 ‘크리스마스’

<PIXABAY 제공>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윤 기자]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할랄 인증 케이크에 ‘메리 크리스마스’ 표기를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지난 12월 20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이슬람 개발부는 할랄 인증 기업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가 들어간 케이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던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3분의 2는 무슬림이며 (약 62%), 이 중 기독교인은 인구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뉴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종교 자유를 보장하지만, 국교는 이슬람이기 때문에 무슬림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모든 식품이나 물건들을 뜻하며, 이는 말 그대로 이슬람 율법을 통해 인증된 제품들을 총칭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문구 표시 금지 규정 폐지는 말레이시아의 한 유명 제과 브랜드와 연관이 있다. 지난 14일부터 유명 제과 브랜드인 ‘베리’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인사말을 케이크에 쓰지 말라”라는 내부용 지침이 온라인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큰 화제가 된 것이다. 각종 소셜 미디어(SNS)에 퍼지자 대중들은 “케이크에 크리스마스 문구가 있으면 제과점의 모든 케이크는 비할랄 제품이 되고, 크리스마스 문구가 없어야지만 할랄 제품인 것이냐”라며, “아무리 국교가 이슬람이어도 다른 종교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네티즌들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어떻게 크리스마스는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냐”라며 “애초에 규정과 맞지 않다”라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과점이 주문받은 케이크 등에 크리스마스 관련 문구를 포함한 어떤 문구를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고, 이는  2020년 도입된 관련 규정 폐지를 알렸다. 더불어, 최근 문화 논란에 대해 이슬람 개발부는 할랄 인증 절차와 관련된 문제를 검토하고 특정 종교나 문화와 연관된 문구 표시를 금지하는 규정을 재평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매년 할랄 제품 관련 대형 국제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여러 동남아시아 나라들 사이에서 할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는 현재 약 3조 달러(약 3900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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