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남긴 상처
경북, 경주, 포항 등 동해안 지역 피해 막심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이 이례적 태풍 만들어
[객원 에디터 4기 / 이소민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 (Hinnamnor)는 초강력 태풍으로, 지난 6일 우리나라에 상륙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힌남노의 강력한 힘은 동해안 인접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번 태풍으로 사망 11명, 실종 1명, 부상 3명 등의 인명피해가 났다고 잠정 집계했고, 시설피해는 모두 1만3725건으로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 피해는 1566건, 사유시설 피해는 1만2159건이라고 전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오후 1시 기준 농작물 피해는 1만560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피해 유형별로는 침수가 8879.4㏊로 가장 많았고, 도복(쓰러짐) 3300.8㏊, 낙과 3403.8㏊로 각각 파악됐다. 농경지 유실·매몰 69.8㏊,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 파손 21.1㏊ 등이다.
특히 포항에서 인명피해가 컸다. 이번 태풍으로 희생된 11명 중 9명이 포항에서 나왔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70대 여성이 가족과 함께 대피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로 발견되었고, 침수 피해를 막으려고 차량을 옮기러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던 주민 8명이 생사를 달리했다. 포항 장기면에서는 80대 주민 1명이 농경지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실종된 상태다.
침수 피해뿐만 아니라 힌남노의 거센 강풍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3층에서 간판이 떨어져 길을 걷던 시민 한 명이 큰 부상을 입었으며, 전선이 끊어지거나 나무가 넘어져 전국에서 6만 6천여 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힌남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국립공원 22곳 탐방로와 하전 산책로 599곳 출입이 여전히 통제 중이고 183척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에서는 경북, 경주, 포항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500억 원의 예비비를 지출하기로 했다. 7일, 국무회의를 열고 사유시설 및 공공시설 복구 지원 등을 목적으로 500억 원 지출을 안건으로 심의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긴급구호와 긴급 구조를 포함해, 복구에 소요되는 재원을 지원했다.
태풍 힌남노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태풍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동경로부터 남달랐다. 힌남노는 북위 25도 이상 해역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초강력 태풍까지 발달한 첫 번째 태풍이었다. 힌남노는 발생 후, 서쪽으로 가다가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바꿔 내려갔다. 보통 강력하게 발달한 태풍은 북상하기 마련인데, 의외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태풍이 이상 진로를 보이는 경우는 다른 태풍이 주변에 있을 때 발생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기압계와 제트기류의 변화로 이상 진로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힌남노 태풍이 1959년 사라 태풍과 2003년 매미 태풍보다 더 강력했던 이유는 힌남노의 중심기압이 낮기 때문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도가 세지기 때문에, 950 hPa였던 힌남노는 951.5 hPa, 954 hPa였던 매미와 사라 태풍보다 피해가 훨씬 심했다.
기후위기도 힌남노를 슈퍼태풍으로 만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후변화가 해수 온도 상승을 불러오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31도까지 오르며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힌남노가 서진하면서 고수온대역으로 진입했고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급격히 발달하면서 카테고리 5등급인 초강력 태풍급으로 발달한 것이다.
당장 피해를 줄이는 대책들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노력들도 전 인류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