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박물관, 한국사를 왜곡하다
중국,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한국사 연표 전시
50일간 국립중앙박물관도 대사관도 몰랐다
뒤늦게 알려진 한국사 왜곡에 논란 가중
[객원 에디터 4기/박다빈 기자]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국사를 왜곡하는 연표를 전시 중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주최하고 유물 수십 점을 제공한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최일인 7월 26일부터 국내 언론을 통해 최초 보도된 9월 13일까지 약 50일간 국립중앙박물관과 주중 한국 대사관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비판의 소지를 키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3일 중국 측에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문제의 전시는 한·중 수교 30주년 및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중국 국가박물관의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중·한·일 고대 청동기 전’이다.
한·중·일 삼국의 국립박물관인 중국 국가박물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이 협업해 개최한 전시로 3국의 특색 있는 고대 청동기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행사였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인해 양국 간 왕래가 어려워 별도의 개막식은 열리지 않았다.
중국 국가박물관 측은 한국사를 소개하는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해당 연표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것으로 표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해당 연표는 애초 제공해준 것을 중국 측이 임의로 편집한 것이며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으며, ‘전시에 사용되는 자료는 제공한 측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로 이번 중국 측 태도는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전시를 공동 개최하고도 50일이 되도록 중대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국립중앙박물관과 주중 한국 대사관의 ‘뒷북 대처’ 지적이 계속되었으며 우리 정부 또한 개막 전후로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챙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중국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는 왜곡된 연표의 전시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추가 입장문을 게시하며 회신이 없는 중국 측에 연표 수정 요구에 대한 회신을 재차 촉구하였고 연표 수정이 이루어지기까지 한국 전시실의 전시 관람 중단도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요구를 중국 측이 수용하지 않을 시 우리 전시품의 조기 철수를 강행할 수밖에 없음도 분명히 하였다고 알렸다. 결국 16일 전시장에서 해당 한국사 연대표가 철거된 것이 확인됐으나 중국 국가박물관 측은 상황을 면피하려는 듯 중국과 일본의 연대표까지 동시에 철거했고 별도의 사과 역시 없었다.
해당 사안이 알려진 뒤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안의) 책임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어떠한 질책도 받아들이며 사과드린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윤 관장은 “(전시 개막) 50여 일이나 지나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중국 측을 믿었던 우리 관의 명백한 실수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외전시 표준 협약서의 보완과 국립박물관 규정 개정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