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에게 핑크빛 미래만 선사할까?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의료기술로 인해 인류의 수명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인간 수명은 최근 매해 약 0.25%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난치병 환자들은 오랫동안 적절한 치료법이 부족해 병사했다.그러다 2010년대를 들어서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유전자 연구가 발전하며 희귀,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난치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이 과연 의료계에 핑크빛 희망만 안겨줄까?.
줄기 세포 치료는 지난 10년간 가장 크게 발전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줄기 세포는 거의 모든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세포로, 흔히 모든 세포의 근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줄기 세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이는 배아의 발생과정에서 생기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인의 신경, 근육, 지방 등 조직에서 발견되는 성체줄기세포(중간엽 줄기세포)로 나누어진다. 줄기 세포가 연구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배아 줄기세포는 성체 줄기세포에 비해 더 많은 분화 능력을 갖고 있어 만능세포로 불리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배아에 대한 윤리적인 논란이 있다. 반면, 수년 전부터 연구되고 있는 성체 줄기세포는 역분화가 가능하여 이 과정을 통해 분화가 가장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 만능 줄기세포도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 세포 치료는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뇌졸중, 두부손상, 황반변성, 척추손상, 알츠하이머병, 심근경색, 생식불능, 시각 청각 기능회복, 치아보정, 대머리치료 등 굉장히 많은 질병 및 교정에 사용되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가 응용되는 분야 중 하나는 심근경색의 재발과 심부전을 예방하는 치료법이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세포와 조직이 사멸하는 위험한 심장 질환인데, 세포가 괴사하기 때문에 재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응급스탠스삽입술로 환자의 몸에서 채취된 성체 줄기세포가 사용된다. 줄기세포에서 조혈모세포를 분리해 일정량이 있으면 심근경색이 온 부분에 이를 이식하는 것이다. 심근경색 이후 심장세포의 대부분이 괴사하는데 성체 줄기세포는 심장 근육의 단백질과 호르몬을 자극시키기 위해 주입되는 것이다. 이 치료법은 환자 163명에게 사용되어 관찰된 결과, 심근경색 재발률을 4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었다. 또한,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척추 손상 쥐로 뒷발이 마비된 쥐에게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사용된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줄기세포가 주입된 후 걸을 수 있던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대체로 효과적이지만, 줄기세포는 일반 세포와는 달리 계속해서 분열하기 때문에 암세포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줄기세포를 사용해 시도되고 있는 질병 치료법은 대부분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유전자 치료는 난치병을 치료하기보다는 배아의 난치병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의 변형을 사용한 치료로, 수정된 정자와 난자를 7일간 체외에서 배양한 후 배반포 형태를 만들어 유전자를 넣은 뒤 체내에 넣어 분만하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해파리에서 추출한 녹색 형광 유전자를 지닌 소를 탄생시켰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소의 수정란에 주입하고 다시 분만시켜 특수 조명 아래에서 녹색 형광 빛이 나는 형질이 다른 소가 태어났다. 아직까지 아무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고 인간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식품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한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
놀랍게도 유전자편집이 인간에도 적용된 적이 있다. 2018년 홍콩에서 허젠쿠이 박사는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배아 단계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와 연관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다시 자궁에 착상시켰다. 약 10개월 후 에이즈에 면역을 가진 쌍둥이가 태어나 큰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로서 유전자 편집은 가능하지만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가 상당하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원하는 부분만 성공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현재 과학자들의 목적이지만, 분화과정에서 암이나 다른 변이가 발생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아직 과학계에서 합의된 정교한 기술이 없어 출산까지 하는 것은 이르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허젠쿠이 박사는 출산 후 생길 수 있는 도덕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실험을 진행해서 징역형 선고와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반면, 2017년 한국에서 김진수 교수와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으로 유전병인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배아에서 교정하는 데 성공한 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난자를 폐기했다. 이처럼 유전자 편집기술은 다소 효과적임을 보였지만 원치 않는 곳에 덩달아서 변이가 일어나는 표적 이탈 효과가 있을 수 있기에 변이를 어떻게 제어하고 억제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남았다.
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한 치료법은 효과적이지만, 윤리와 도덕성에 어긋난다는 점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줄기세포 연구는 초기 인간의 삶을 해친다. 줄기세포는 앞서 말했듯이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있는데 배아 줄기세포를 연구할 경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것은 배아를 해치는 행위와 같다. 생명이 될 수 있는 배아를 실험실의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배아가 생기기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서 채취된 난자가 필요한데 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을 수단화할 가능성이 있어 비윤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근래에 기술이 발달하여 채취된 난자를 가지고 제작한 배아로 줄기 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배아의 생명을 인간이 직접 만들고 해친다는 점 또한 비윤리적이다. 유전자 편집기술 치료법도 승인되기 위해서는 임상 실험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임상 실험은 변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성이 크다. 그리고 만약 변이가 발생한다면 이는 유전적인 문제로, 현재의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장기간 동안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된다. 또한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한 치료법이 더 발달하면서 열등한 인구의 증가를 방지하고 우월한 인구수를 늘리는 우생학이 현실화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에서 얻은 새 치료법은 그동안 희망이 많이 없던 난치병 환자들에게 수많은 긍정적인,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왔기에 이제 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기술 연구와 관련한 윤리와 도덕성의 문제는 사회가 풀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가 되었다.
필자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기술 연구가 난치병 환우 등 의료계에 가져다준 희망적인 면을 보면 계속 진행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방면으로는 아직까지는 임상 실험 이후 부작용으로 인한 건강의 불안전성이 존재한다는 점에 너무 모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앞서 언급한 우생학의 우려도, 유전자 편집기술 임상 실험으로 인해 장기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이 때문에 장기간으로 봐서는 연구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0년대 초반에 고려해야 했을 윤리적 문제를 지금 와서 고려하는 건 이미 늦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연구 진행 자체의 비윤리적인 점에 관점을 두기보다는 연구로부터 생길 결과의 윤리와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