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 물리학상, 인류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 ‘ 아토초 펄스 광’
[객원 에디터 6기 / 최하연 기자]2023년 10월 3일 오후 6시 45분경(한국시간)에 가장 영예로운 상인 노벨 물리학상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페렌츠 클라우스 교수, 스웨덴 룬드대 안느 루예 교수에게 수여됐다. 그동안 전자의 세계는 아토초 단위로 움직임이 변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빛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100분의 1초로 일어나는 상황을 10분의 1초로 셔터가 작동하는 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듯이 약 100경 분의 1초로 변화하는 전자의 움직임을 100경 분의 1초 이상의 셔터가 작동하는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토초 펄스광’의 개발로 인류는 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카메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토초 펄스광’은 반도체 분야와 같이 전자의 움직임이 중요한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토초
아토는 SI 접두어의 하나이며 10-18이다. 아토초는 10의 마이너스 18제곱(10-18)초 즉 100경분의 1초에 해당한다.
아토초펄스광
아토초 펄스광이란 아토(10-18)초라는 매우 짧은 펄스폭을 가진 펄스광으로 초단 펄스레이저라고도 불린다. 빛은 1초에 약 30만km(지구 7바퀴 반 거리)를 갈 정도로 빠르지만, 그 빛조차도 1아토초 사이에는 약 0.3nm 정도밖에 갈 수 없다.
아토초 펄스 빛의 필요성
원자는 전자를 주고받음으로써 다른 전자와 반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의 성질이나 원자끼리의 반응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자의 운동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로는 전자는 초고속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가 가진 한 개의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150 아토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흔들리지 않고 깨끗하게 찍기 위해서는 고속 셔터가 필요하게 된다. 그 이상 긴 빛을 비추면 전자가 흔들려 찍힌다. 초고속 셔터 즉 아토초 펄스광이 실현되면 전자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아토초펄스광이 어떻게 실현되었는가?
륄리에
1997년에 륄리애 그룹은 고강도 적외선 레이저광을 비활성 기체에 투과시키면 굉장히 파장이 짧은 빛 (극단 자외선 레이저광)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원래 빛의 파장이 ω인 적외선 레이저광을 비활성 가스에 투과시키면 파장이 9ω, 11ω, 13ω 등의 빛이 나온다.
레이저의 분야에서는, 레이저광을 대고, 나오는 빛이 원래의 주파수의 정수배인 것을 고조파라고 한다. 그중 정수배의 수가 큰 것을 고차 고조파라고 한다.
즉, 륄리애 그룹이 발견한 것은 고강도 적외선 레이저광을 비활성 기체에 투과시키면 큰 홀수의 정수배의 빛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이 빛은 주파수가 원래의 10배가 넘는 고차 고조파에서도 빛이 감쇠하지 않는 영역(플라토 영역)을 발견했다. 기존 방법으로는 차수가 높아지면 빛이 감쇠하는 문제 때문에 수 배의 저차 고조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한계였다.
이 큰 홀수의 정수배의 고차 고조파는 시간폭(펄스폭)도 굉장히 좁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 현상이 아토초 펄스광을 만드는 계기 및 기초가 된다.
3단계 모델
보통 전자는 양자의 주위를 돌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양성자가 플러스이고 전자는 마이너스이며 정전기적인 힘(쿨롱작용력)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여기에는 전계라는 전기를 잡고 싶어 하는 힘이 있다.
빛은 전계와 자계의 진동이기 때문에 원자 내의 전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 원자에 빛을 비추면, 예를 들어, 어떤 곳은 마이너스 즉 전자가 나오기 쉽게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전자가 원자로부터 떨어져 이온화한다(터널 이온화).
그러나 빛은 시소처럼 주기적으로 진동하고 있다. 역방향 왜곡이 바로 온다. 그래서 원자에서 떨어진 전자가 거꾸로 되돌아와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한다(재충돌).
이 전자는 돌아올 때 움직이기 때문에 여분의 운동 에너지가 생긴다. 원래대로 돌아갈 때는 이 여분의 에너지를 쫓아내야 안정되기에 이 여분의 에너지는 빛이 되어 나온다.
이 흐름을 정리하면 빛이 원자를 통과함에 따라 전자를 움직이고 그 전자가 움직인 만큼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다른 빛이 나온다. 이 전자의 움직임은 원래 빛의 2.6 펨토초 안에 한 순간의 현상이므로 결과적으로 매우 짧은 펄스의 빛이 나온다는 것이다.
펄스 폭을 확인하는 단서가 되는 특징의 발견
고조파는 차수마다 다른 타이밍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위상이 약간 어긋나는데, 그 이유로는 전자가 원자에서 멀어질수록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그만큼 가속되고 빛의 에너지가 큰 고차 고조파가 나오기 때문이다.
저차 고조파는 먼저, 고차 고조파는 나중에 나온다. 전자가 느슨하게 흔들리고 있으면, 재충돌하는 타이밍이 어긋나기 쉬워지고, 위상의 어긋남이 크면 펄스폭이 길어진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위상의 어긋남으로부터 펄스폭을 견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고스티니, 크라우스
아고스티니는 1994년 위상 차이를 이용해 RABBIT법이라는 펄스의 지속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후에 2001년 아고스티니 그룹은 RABBIT 방법으로 250 아토초라는 아주 짧은 펄스폭의 연속 펄스광 생성에 성공하였다.
클라우스는 스트리크법으로 650 아토초 단독 펄스광 생성에 성공하였다.
미래를 비추는 아토초 빛
이 아토초펄스광은 새로운 재료와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화합물이나 단백질 등 입체 구조를 시뮬레이션하여 그 기능이나 반응을 살펴볼 때는 파동 함수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예상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토초 레이저를 사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실제로 관측할 수 있으면 예측의 어긋남을 보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통해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해석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