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ㆍ재계 탈세 폭로 문건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탈세 비밀 담긴 ‘판도라 페이퍼스’에 전세계 발칵
요르단 국왕ㆍ토니 블레어 등 정치인 336명 포함
대통령제 채택한 중남미 국가 전직 정상 11명, 탈법 명단에 포함
[객원에디터 2기 / 박성우 기자] 전 세계 거물급 정치인과 기업인 등 저명인사들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재산을 은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10월 3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이 같은 내용의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하면서 거론된 지도자들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판도라 페이퍼스는 2021년 10월 3일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폭로하기 시작한 천만 건의 문서이다.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독립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이는 1997년 설립돼 100여 국가의 280명 이상의 탐사보도 기자와 100개가 넘는 미디어 조직으로 이뤄졌고, 2008~2011년 담배산업의 실상을 탐사 보도하면서 활동에 들어갔다. 2016년 4월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의 금융업체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ICIJ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역외 지역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고 자금 세탁을 하며 은밀하게 재산을 숨겨 온 세계적인 정치인, 기업인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 이후 5년 만에 이번 문건을 공개하며 세계 주요 인사의 도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90개국 300명 이상의 정치인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역외탈세 과정이 담겨있다. 요르단 왕궁, 러시아 크렘린궁, 푸틴 대통령 등 많은 유명인들도 언급되었다. 하지만 요르단 왕궁은 압둘라 2세 국왕이 캘리포니아, 워싱턴, 런던 등에 1억 달러 규모 호화 주택을 사들이며 조세 피난처를 꾸몄다는 혐의를 부인하며 부동산 비용과 관련 지출은 재인적으로 충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유명인들 또한 증거가 없다며 보도된 내용에 대해 해명을 했다.
특히,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칠레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현지 일간 라테르세라와 AFP통신 등은 칠레 야권 의원들이 13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201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피녜라 대통령 자녀 소유 광산기업 도밍가의 매각이 이뤄졌는데, 계약 당시 ‘(정부가) 도밍가가 광산을 운영하는 지역에 환경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내용이 폭로되었다. 의혹이 폭로된 후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 12년간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또한 피녜라 대통령은 도밍가 매각 과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으나 칠레 검찰도 뇌물이나 조세 범죄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SM은 바로 공식 입장을 밝히고 “홍콩 소재 법인은 이 프로듀서 아버지가 한국의 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돈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환전, 송금해 설립한 것”이라면서 ‘JG 기독자선재단에 기부되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작업에 참여한 국내 매체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만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이름이 등장한 문건은 8만여 건이며 한국인 수익 소유자는 개인과 법인 총 465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판도라 페이퍼스에 언급된 주요 당사자들과 정부는 이번 관련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들은 계속해서 해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ICIJ가 추정하는 해외 은닉 자산 규모는 5조 6천억 달러에서 32조 달러에 이른다. 또한 IMF는 “조세회피처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최대 6천억 달러의 세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