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논란 디즈니월드 놀이기구 30년 만에 멈추다
‘스플래시 마운틴’의 테마 ‘남부의 노래’ 흑인 노예들의 생활 미화했다는 지적
디즈니도 피하지 못하는 인종차별 논란… 인기 놀이기구 폐쇄
[객원 에디터 4기/장수빈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인기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이 2023년 1월 22일 운행을 마지막으로 폐쇄됐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1992년 처음 운행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입장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기 놀이기구다. 그러나 해당 놀이기구가 1946년 애니메이션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만들어진 부분에 대해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이 놀이기구를 대신해 ‘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테마의 놀이기구가 새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긴 수로를 통나무 모양의 기구를 타고 이동하는 스플래시 마운틴은 1946년 애니메이션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만들어졌다. ‘남부의 노래’ 영화 캐릭터 모형들이 보트가 이동하는 경로마다 등장해 영화 속 노래를 들려준다. 남부의 노래는 남북전쟁 이후 조지아주 농장을 배경으로 백인과 흑인의 우정을 다룬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인종차별 악습이 뿌리 깊게 남아있던 남부에서 인종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담고 흑인 노예들의 농장 생활을 낭만적으로 미화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디즈니플러스 스트리밍 서비스도 중단된 상태이다.
디즈니는 흑인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인종차별 철폐 운동으로 이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2020년 6월 스플래시 마운틴의 테마를 ‘공주와 개구리’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역사상 첫 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뉴올리언스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을 꿈꾸는 흑인 소녀 티아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디즈니는 스플래시 마운틴의 새로운 주제를 ‘포용과 다양성’으로 삼기로 했다며 새로운 놀이기구 테마 선택이유를 설명했다. 흑인공주 ‘티아나’에 관해서는 ‘현대적이고 용기 있는 여성 캐릭터’를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새롭게 탄생할 놀이기구의 명칭은 ‘티아나의 늪지대 모험’이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에 1989년 설치된 스플래시 마운틴 역시 올해 문을 닫을 예정이며 이 또한 ‘공주와 개구리’ 테마로 변경해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일본 도쿄 디즈니 리조트에서 운영되고 있는 스플래시 마운틴의 테마 변경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 디즈니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놀이기구의 운행 중단을 아쉬워하는 팬들은 마지막 운영일에 ‘고별 탑승’을 즐기기 위해 몰려들었고 3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별 탑승에 성공한 팬들은 스플래시 마운틴의 마지막 전경과 운행 모습을 SNS에 속속 올렸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스플래시 마운틴 놀이기구에서 몰래 떠온 물을 담아 한 병에 5천 달러(약 615만 원)에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TikTok에 업로드된 ‘ #안녕스플래시마운틴’ 해시태그 동영상은 17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탑승하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단순히 작은 놀이기구의 폐쇄와 변경에서 그치지 않고 디즈니의 바람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특정 인종에 대하여 배타적인 생각을 갖거나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포용할 줄 아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