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세상의 진보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가?

시간 흐를수록 무질서해지는 현상을 열역학 제2법칙 설명

에너지는 끊임없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변화

저엔트로피의 자세가 무질서를 해결

< Illustration by Jimin Moon 2009 (문지민) >

[객원 에디터 4기 / 김민주 기자] 인간이 지구에 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불의 발견이다. 불은 인류를 문명의 길로 이끈 핵심 요소로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인류가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850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줄은 열역학 제 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를 측정하는 단위인 줄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독일의 과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는 엔트로피 법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여 열과 일의 역학적인 관계에서 중요한 열역학 제 2법칙을 정립하였다. 열역학은 오랜 시간 많은 에너지 이론의 역사를 거쳐 발전하였고 이로 인해 18세기 부터 19세기 사이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열역학은 실용적인 학문으로 태동하였다. 더 나아가 우리 주변 에너지의 변화뿐 아니라 우주적 원리로까지 확장되었다.

열은 오직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다. 그 반대 방향으로의 이동은 자발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런데 열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그 차이만큼 일 에너지와 그 밖의 다른 에너지로 바뀐다고 할지라도 그 총에너지는 보존된다. 즉 우주계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창조되거나 기존의 에너지가 완전히 파괴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에너지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거나 형태가 변화할 뿐 우주를 이루는 에너지의 총합계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가 엔트로피가 작은 곳에서 엔트로피가 큰 곳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과 같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따라서 에너지는 무질서가 작은 곳에서 무질서가 큰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엔트로피 법칙을 우리 세계에 적용하여 바라본다면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이 세상이 신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세상은 완벽하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변화가 가장 적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였고 가장 변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세계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는 400년 전에 시작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질서 있는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의 에너지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생각에 휩싸여 지금도 끊임없이 지구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면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뤄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회의 진보로 나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에너지와 기타 자원의 대량소비, 대량 폐기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자원의 고갈,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열대우림의 파괴 등 지구 규모의 대사건들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고갈될 앞으로의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연적으로 또 다른 새로운 에너지가 나타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 우리 사회에게 어쩌고 보면 가장 필요한 것이 엔트로피 세계론일 것이다.

엔트로피 세계관이란 저엔트로피의 자세로 살아가는 세계를 뜻하는데, 엔트로피란 낭비 또는 무질서를 의미하기에, 즉 낭비를 줄이고 절약을 하며 무분별한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관념이다. 

엔트로피 세계관은 에너지에만 국한될 뿐 아니라 경제, 농업, 군대, 교육, 보건 등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도 적용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수송에 있어서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연료 소비, 유지보수, 주차 공간 차지, 교통 시스템 정비, 세금 등은 새로운 형태의 무질서를 낳게 된다. 결국 산업 사회의 진보는 그로부터 발생한 수많은 비용과 무질서를 밟고 이룩된 것임을 엔트로피 세계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 있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엔트로피 법칙의 특성인 비가역 법칙에 따라 절대로 무질서가 질서로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지구의 에너지는 사용 불가능한 저온의 열로 전환되고 있다. 곧 초래할 어려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당대에서 인내하고, 욕심과 욕망을 줄이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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