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CIENCE

[위즈덤 네이처]인공 배아 제작은 과연 윤리적일까?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 (이하나) >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인간의 과학 기술은 날이 갈수록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생명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생명의 시발점이 되는 배아를 정자와 난자 없이 오직 줄기 세포만을 이용해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다. 즉, 인간이 새로운 생명을 인공적으로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초,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연구소 과학자들은 쥐의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 영양막 줄기세포(Trophoblast stem cells), 원시내배엽줄기세포(Primitive endoderm stem cells) 등의 줄기세포를 적절한 발생 환경을 적용하여 조합해 배아 모델을 만들었다. 세 가지 줄기 세포는 각각 신체 조직, 양막낭, 탯줄로 발달되었다. 배아 제작에 사용된 모든 줄기 세포는 배아줄기세포로, 체내 기관이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흔히 치료 목적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인공 배아는 초기 발달 시기의 뇌와 박동하는 심장이 있는 난황낭(Yolk sac)이 형성될 때까지 연구실에서 배양했다. 이는 실제 배아 시기로 10일간의 발생이 이루어진 것과 동일하며, 실제 자궁에서 발달한 배아와 95% 일치했다.

< Weizmann Institute 제공. (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배아, (우) 8일간 발달한 인공 배아의 신체 부위 등 형태를 보여준다. >

또한 같은 달 말에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 협력한 국제공동연구팀도 똑같이 쥐의 줄기 세포를 사용해 쥐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배아 또한 장관(소장과 대장·intestinal tract), 박동하는 심장, 전두엽 등을 갖추었다고 밝혀졌다. 

인공 배아 제작은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연구의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인공 배아는 난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는데 큰 힘이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인공 배아를 제작하면서 그동안 자궁에서 자라는 자연적인 배아에서는 보지 못했던 발생의 과정을 관찰하며 난임에 대해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리고 자궁이 아닌 실험실의 조작된 환경에서 배아를 제작하면 배아의 초기 발달 시기를 직접 연구할 수 있어 배아 발생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제공동연구팀이 전두엽과 심장박동이 발달된 합성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8월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네이처 제공 >

또한, 과학자들은 몇십 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인간 배아 제작이 가능해지면, 인공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장기 이식에 필요한 장기가 부족하거나 신체에 맞지 않아 대기 중 사망하는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1년 기준 하루에 6.8명인데, 인공 장기 제작은 줄기 세포를 이용해 환자의 몸에 적절한 장기를 제작하는 등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장기 이식에 사용될 인공 인간 장기는 이미 2010년대 중후반을 들어서면서 의료 기술이 발달된 몇몇 나라에서 각종 질병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례들도 대부분 성공적이다. 작작 10여 년간의 연구 이후 과학자들은 환자의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쓸개, 위, 심장, 신장, 침샘 등 다양한 장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줄기 세포를 이용한 인공 배아 제작은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데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한 배아로 장기나 동물을 분화시켜서 사용하는 것인데, 현재까지는 인공 배아를 제작하고 자궁에 주입해도 자궁벽에 착상하는 데 실패하여 태아로 자라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바이오기업 리뉴얼 바이오 등 많은 연구원들은 의료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동물뿐만이 아닌 인간 배아까지 만들어서 세포 조직이나 특정 세포를 제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공 배아 제작은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윤리적으로 보이지만, 윤리적인, 법리적인 문제를 모두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아가 생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명 경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등 윤리와 도덕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많아 인공 배아 제작은 과학계 및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유로 인공 배아 제작을 통해서 인간이 생명을 직접 만들고 없앤다는 점으로만 굉장히 큰 논란을 일으켰다. 수정된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지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배아를 한 생명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세포와 조직을 위해서만 생명이 쥐어지고 빼앗긴다는 점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흔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인간 인공 배아 제작 관련한 연구를 위해서는 인간 생식 세포가 필요한데,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염려가 크다. 

인공 배아 제작으로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잇따르는 것은 10여 년 전, 줄기 세포 연구를 시작할 때 즈음에 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미리 예상치 못하고 충분히 가늠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다. 줄기 세포 연구로 인해 의료계에 이전에는 보지 못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어 큰 기대감을 부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구가 인간에 적용되기 전에 과학자들은 윤리와 도덕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또 윤리와 도덕성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 모든 생명체는 탄생부터 소멸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인류의 진화과정은 물론, 동·식물이 자라고 발달하는 개체 발생 과정을 연구하면 생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민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발생 생명학의 세계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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