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위즈덤 TECH]인공지능과 홀로그램 기술이 만나는 ‘디지털 휴먼’ 시대에 생길 변화들

<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 (정연이) >

[위즈덤 아고라 / 김지연 기자] 1947년 헝가리의 과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홀로그래피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홀로그래피는 그리스어로 전체를 뜻하는 ‘Holo’와 기록한다는 의미의 ‘Graphy;를 합쳐 ‘전체를 기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과학적으로 홀로그래피는 빛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파동의 특성, 즉 세기와 위상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이 홀로그래피에서 파생된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 정보만을 전달해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3차원 공간에서도 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한다. 초기의 아날로그 홀로그램은 광반응 물질이 있는 홀로그팸 판에 물체와 광원에서 나오는 간섭 현상을 토대로 빛의 세기와 위상 정보를 저장했다. 디지털 방식의 홀로그램은 홀로그램 판이 아닌 CCD 카메라를 통해 저장된 물체의 세기 및 위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허공에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MIT 연구팀은 텐서 홀로그래피를 사용해 3D 프린팅, 가상현실을 위해 홀로그램을 만들었고, 다른 개발자들 또한 증강현실을 사용해 AI 휴먼을 구현하고 있다. 텐서 홀로그래피란 인공지능을 통해 거의 순간적으로 홀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심층신경망이다. MIT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부 연구원 량 시(Liang Shi)는 “기존의 소비자 등급 하드웨어로는 실시간 3D 홀로그램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연구팀의 텐서 홀로그래피는 홀로그램이 VR이나 3D 프린팅과 같은 분야로 파급되는 것을 가속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1900년대 중반 처음 개발된 홀로그램은 광학적으로 레이저 빔을 분할해야 했으며 빔의 절반은 피사체를 비추는 방면 나머지 절반은 레이저의 위상 기준으로 사용됐다. 기술이 발전하며 홀로그램은 컴퓨터로 생성되기 시작했지만, 물리학 기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이미지 한 장에 몇 초 또는 몇 분이 걸렸다. 따라서 연구팀은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바로 컴퓨터가 스스로 물리학을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딥러닝을 사용했고, 실시간으로 홀로그램 생성을 가능하게 했다. 팀은 인간의 시각 정보 처리 방법을 모방해 처리하는 컨볼루션 신경망을 설계해,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했다. 또한 홀로그램의 가변적인 모양과 색상, 픽셀의 깊이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물리 기반 게산 세트를 사용했다. 연구팀 우시치 마투직(Wojciech Matusik)은 “텐서 홀로그램은 일반적인 컴퓨터 생성 이미지에 의해 제공되며, 다중 카메라 설정에서 계산할 수 있는 이미지에서 홀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변화는 홀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기술로 그리운 사람들을 복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티빙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얼라이브’에서는 가수 울랄라세션의 리더였던 고(故) 임윤택이 AI 기술로 복원됐다. 이를 보는 사람들이 느낀 뭉클함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인을 되살리는 일에는 윤리적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AI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복원하는 것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점과 고인을 보며 위로받는 것은 정작 ‘산 사람들’만을 위한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I, 홀로그램, 증강현실을 사용해 구현될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미국의 세계적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이다. BBC와 스카이뉴스는 지난 4일 엘비스 프레슬리 몰입형 콘서트 체험인 ‘엘비스 에볼루션’이 올해 11월 영국 런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에 간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리적, 정신적 교류가 단절되며 홀로그램 기술이 비대면 진료, 원격 지도와 같은 응용 서비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홀로포테이션은 ‘홀로그램’과 ‘텔레포테이션’의 합성어로, 실물에 대한 홀로그램을 생성해 특정 공간에 홀로그램 영상을 전송해 실물이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 같은 효과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이 외에도 나노 구조의 크기와 형태를 바꾸며 빛의 세기와 위상을 조절하는 메타홀로그램이 있다. 픽셀 사이즈가 수십-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 메타 홀로그램은 매우 높은 화질의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은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두께가 300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경량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데 성공했고, 레이저가 아닌 태양광과 같은 자연광 아래에서도 선명한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현미경에도 접목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연구단 연구팀은 살아있는 물고기의 신경망까지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했다. 기존 현미경은 빛의 파면이 샘플을 투과하면서 발생하는 마편왜곡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제어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영상 획득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홀로그램 현미경이 등장하며 살아있는 상태의 신체 내부 관찰이 가능해졌다.
[위즈덤 TECH] 20세기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일상생활 또한 변해가고 있습니다. 기술이 점점 발전해나가는 것을 보며 미래에 인공지능이 접목할 수 있는 분야에 관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지연 기자의 ‘위즈덤 TECH’로 인공지능이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만나보세요.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