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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미래 지구 환경 지킴이 화이트 바이오 … 플라스틱을 분해하다?

<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판데믹의 등장으로 바이오산업은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빠르게 발전하는 바이오산업의 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분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의 바이오기업 연합체인 유로파 바이오(EuropaBio)는 레드, 그린, 화이트, 이른바 3색 바이오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혈액의 붉은색을 상징하는 레드 바이오는 의학산업을 지칭한다. 농산물의 초록색을 상징하는 그린바이오는 개량종자를 개발하는 축산업을 지칭하며, 공장의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꾼다는 의미의 화이트 바이오는 기존 화학기반 제품들을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산업이다. 특히, 화이트 바이오는 현재까지는 3색 바이오 중 차지하는 비율이 제일 낮지만, OECD는 연평균 10% 이상씩 상승해 2030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총 부가가치 비중은 레드, 그린 바이오보다 높은 39%로 예측했으며, 화이트 바이오의 미래가 굉장히 유망하다고 했다.

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22년 바이오 미래 유망기술을 발표했는데, 화이트 바이오 분야의 유망기술인 ‘친환경 중합체 합성기술’와 ‘환경오염 물질 분해 마이크로 바이옴’를 선정했다. 중합체 합성기술이란 생분해성 물질이나 바이오매스 기반의 자연 소재를 활용해 자연에서 분해되지는 않는 물질을 대체하는 합성기술이며, 환경오염물질 분해 마이크로바이옴은 박테리아 등에서 분리해낸 환경오염물질 분해요소를 지닌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환경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기술들을 바탕으로, 현재 화이트 바이오 분야에서 제일 주목받는 건 바로 ‘생분해 플라스틱의 개발’이다. 

생분해(Biodegradation)란, 박테리아의 생성으로 인해 분해되는 과정으로, 인공적인 효소 또는 물질의 첨가 없이도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인 생분해 과정을 거치는 유기물질과는 달리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기까지 적어도 500년이 걸리며,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의 경우, 최대 5000년이라고 알려져 있고, 분해 후에도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쉽게 분해되지 않는 이유에는 바로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PET라는 물질의 구조적인 특징에 있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의 화학적 구조식 – 위키피디아 제공 >

위의 식에서 알 수 있듯이, PET는 결합력이 매우 강력한 탄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적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 충격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플라스틱을 떨어뜨려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PET를 분해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6년, 일본에서는 Ideonella Sakaiensis라는 세균 속 PET를 분해하는 PETase와 MHETase라는 효소들을 발견했다. PETase가 일차적으로 PET를 분해하고 나면, 부산물로 MHET라는 산과 물이 나온다. MHETase는 MHET를 다시 TPA라는 산과 Ethylene Glycol라는 액체로 분해하는데, 이 두 부산물이 산화하면 생물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이는 ‘환경오염물질 분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중요한 예이기도 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사용되는 원료 소재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분류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PLA, PHA, 그리고 PLH가 있다. 

  • Polylactic Acid (PLA) – 카사바와 사탕수수 등을 발효시켜 얻는 젖산으로 만들어지는 PLA는, 열과 공기가 투과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현재 1회용 생활 소비재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수분과 가스를 잘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이 PLA의 주 단점을 꼽히고 있다. 
  • Polyhydroxy Alkanoate (PHA) – PHA는 미생물을 배양하고 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제조되기 때문에 느린 생산 속도와 비싼 가격이 단점이지만, 구조와 물성을 조절하기 쉽고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지 분해되는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과는 다르게 바다에서 100% 분해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바이오 플라스틱을 꼽힌다. 
  • Polylactate Hydracrylate (PLH) – 옥수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현재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신소재로, 뛰어난 유연성과 가공 후에도 투명성이 유지된다는 점이 가장 절대적인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모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구성하는 물질 사이의 결합력이 매우 약해 미생물이 분해를 시작할 때 빠르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약 6개월 만에 90% 이상이 분해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회원국들은 플라스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4년까지 법정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유엔 환경총회(UNEA)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이 몇 번 나온 적이 있긴 하지만, 구속력 있는 협약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예로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독의 래리 핑크 회장이 “우리는 앞으로 기후에 투자할 것이며,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를 대폭 줄이겠다”라고 발표한 서한이다. 그는 기후 중심 투자의 배경으로 현재 자본 시장에서는 환경과 사회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기존 재무적 가치만큼이나 중요해졌다고 밝혔으며, 이제 글로벌 투자시장에는 ‘기후’라는 기준은 더 이상 당위가 아닌 사실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많은 기업들과 국가들은 플라스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점은 바로 ‘생분해’란 단어가 들어갔다고 모두 친환경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구매가 급격히 증가하자, 몇몇의 기업들은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이름 그대로 미생물 이 아닌 태양빛과 자외선에 의한 산화과정을 통해 분해되는 것으로 일반 플라스틱과 같이 탄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분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생’이라는 표현을 떼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이미 유럽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표지 인증기준에 포함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기업들은 ‘친환경성’과 ‘자연성’을 앞세우며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이런 그린워싱의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화이트 바이오산업이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약 823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했으며, 이중 34%나 해당하는 분량이 재활용되지도 못한 채 매립됐다고 한다. 폐플라스틱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화이트 바이오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같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화이트 바이오산업은 무려 4년이나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지원과 정책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위즈덤 네이처] 우리 몸부터 자연까지,‘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능력자,’ 미생물의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장석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미생물의 세계에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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