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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파지직! 파지직! 미생물로 전기를 만들다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미생물의 종류는 현존하는 모든 미생물의 양의 1%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전기를 생성하는 특정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바로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이다. 

전자방출균은 세포 외부로 전자를 전달하는 특이한 종류의 박테리아로, 지난 2018년 미국 뉴욕 주립대학 연구진은 전자방출균을 이용해 종이 배터리를 개발했다. 종이 표면에 얇은 금속 및 기타 물질을 인쇄시킨 후, 동결 건조된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을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호흡을 하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발생한 전자가 세포막을 통과해 외부전극과 접촉,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하게 된다. 

보통 유기체로 간주되는 생물들은 산소를 호흡하는 ‘호기성 호흡’ 또는 산소를 호흡하지 않는 ‘혐기성 호흡’ 둘 중 하나를 통해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방출하게 된다. 모든 유기 체내에서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대사작용을 통해 전자를 얻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이 전자를 수용하는 수용체가 존재한다. 호기성 호흡 유기체의 최종 전자 수용체는 산소인 반면, 혐기성 호흡 유기체의 최종 전자 수용체는 다양한 화합물인데, 두 가지 상황 모두 최종 전자 수용체들이 세포 내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혐기성 호흡을 하는 전자방출균의 최종 전자 수용체는 산화철과 산화망간으로, 모두 세포 외부에 있다. 전도성을 지닌 철과 망간이 세포 밖에 위치해서 전도체 형태로 외부로 전달해 전기를 유출시킨다. 전자방출균은 토양, 폐수, 해양 및 담수 퇴적물과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 얻어질 수 있으며, 대표적인 전자방출균으로 잘 알려진 미생물들은 슈와넬라, 클로스트리듐 속, 지오박터과 슈도모나스 등이 있다. 현재 슈와넬라균과 지오박터균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백열전구와 간단한 저사향 컴퓨터를 구동할 정도의 전기를 생산한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었다.

<전자방출균의 일종인 슈와넬라 오나이덴시스 – PLoS Biology 제공

전자방출균의 특징을 잘 살린 산업적 응용이 바로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 MFC)’이다. 전자방출균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전자(e-) 세포외부로 방출시킬 때 수소이온(H+)들도 같이 생성되는데, 이때 수소이온이 세포막으로 이루어진 양이온 교환막(Proton Exchange Membrane, PEM)이 음극(-)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전자는 통해 양극(+)으로 흐르면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친환경적 원리로 인해 미래 에너지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영국 유명 물 연구기관 Global Water Intelligence(GWI)는 해당 기술을 ‘물 시장을 주도할 10대 기술’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미생물 연료전지의 작동 과정 – SK 에너지 >

초기의 미생물 연료전지는 196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탐사를 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배설물을 지구로 되가져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국제 우주정거장(ISS)나 우주왕복선 등의 모든 단기 우주여행의 쓰레기는 모두 고스란히 지구로 가져오는데, 우주선에 1kg의 짐을 싣기 위해서는 33,0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인간의 배설물을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 시작하였고, 2000년대에 미국 리트먼 교수팀이 NASA와 협업하여 지오박터균을 이용해 인간 배설물을 원료로 한 미생물 연료전지를 개발했지만 매우 낮은 에너지 효율을 보였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얻은 전자를 산화 전극까지 잘 전달시키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자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스튜어트 윌긴슨 박사팀은 대장균을 이용해 각설탕을 분해해 미생물 연료전지로부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가스트 로봇(Gastrobot)’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가스트로봇 – 사우스플로리다대학 제공>

현재까지도 나사는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Micro-12라는 실험으로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곧 시작될 2년간의 화성 탐사 임무시 우주비행사 6명이 쏟아낼 배설물들은 모두 6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페이스 X 드래곤 우주선을 통해 전자방출 균의 일종인 ‘슈와넬라 오나이덴시스 MR-1’가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전달되었고, 마이크로 중력 상태에서의 슈와넬라균의 생리학과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을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미생물 연료전지는 현재 농업 분야에서도 활발히 접목되고 있다. 바로 가축분뇨를 미생물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한 것이다. 가축분뇨는 하수보다 수백 배 높은 고농도의 유기물과 질소, 인, 칼륨 같은 필수 영양분을 지녀 에너지 잠재량은 높으나, 고농도 오염물질로 인해 하천에 그대로 방류될 경우 영양분의 과잉공급인 부영양화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가축분뇨를 방류수 수질기준에 맞추기 위해 물리학적, 생물학적, 화학적 처리공정을 모두 거쳐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촌진흥청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질소와 가축분뇨를 미생물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 연료전지는 아직 소형 모델 개발에만 성공해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형화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이나,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을 지녔으며 기술의 잠재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자방출균과 미생물 연료전지는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을 가질 만한 신기술인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하다. 

[위즈덤 네이처] 우리 몸부터 자연까지,‘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능력자,’ 미생물의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장석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미생물의 세계에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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