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글로벌]시진핑-푸틴, 우크라 전쟁 후 첫 만남의 의미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첫 해외 순방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정상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가졌다.
상하이 협력기구(SCO)란 1996년 상하이에서 5개국이 모여 ‘상하이 5국(Shanghai Five)’ 조직으로 시작된 국제기구이다. 2001년 우즈베키스탄이 가입하며 6개국에 의한 SCO가 출범했으며, 2015년엔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해 회원국은 8개국으로 증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몰디브, 이스라엘, 이집트, 아르메니아, 네팔, 캄보디아, 시리아 등 9개국도 대화파트너국가에 신청하면서 상하이 협력기구의 회원국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입국들은 미국, 유럽연합,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등과 대립관계인 대표적인 반미 국가들이고 나머지 정회원국, 준회원국, 협력파트너 국가들도 친중, 친러 성향이 많아 냉전시대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비슷한 기구라는 평가가 정설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15일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3개국 대통령과도 별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해당국의 독립, 주권, 영토 보존 수호에 대한 지지를 보냈으며 개발도상국의 공동이익 보호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에서 새로운 봉쇄조치를 진행하였다. 세계 각국이 문을 열어젖히고 ‘위드 코로나’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중국은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도시 전체를 봉쇄하였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계속 중국에 머물렀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도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 7월 이란 테헤란에서 튀르키예(터키)·이란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 해외 방문이었다.
분석가들은 이번 회담을 두고 국제 사회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 주석과 푸틴이 서방세계에 대항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15일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균형있는 입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고수할 것”이라며 “대만 해협과 관련한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라며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맡아 협력할 용의가 있으며, 혼란으로 흔들리는 세계에 안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도록 지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해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전례 없는 3기 연임을 노리는 한편,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푸틴과 서방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 양국 모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을 맞은 상태이다. 시 주석과 푸틴의 만남은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계속해서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도 두 정상은 양국의 우정에 “한계가 없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며칠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중국은 비난도 지지도 보내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 국제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양국 간 무역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두고 세계적인 긴장이 고조되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서방,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악화되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지역 봉쇄와 경제 침체 등 심각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푸틴과의 방문을 결정한 것은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만남은 서방국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G2인(주요 2개국)인 중국과 자원 대국인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한다면 지정학적 위협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적 고립에 빠진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도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비록 중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거나 협력을 하지 않았지만, 양국의 만남은 전 세계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군사협력이 “두 나라 공군 간 협력 수준을 높이고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양국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고, 서로를 지원 및 지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푸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면 중국도 러시아와 함께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이 되지만, 러시아를 돕지 않는다면 동맹국을 잃게 된다. 세계적 긴장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중러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북한과 관련된 의제를 다룰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는 자연스럽게 북·중·러 공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 속 시 주석의 결정은 어떠할 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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