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네이처]모국어와 이중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
[위즈덤 아고라 / 전서윤 기자] 언어 구사를 담당하는 뇌의 구조는 양쪽 대뇌의 상위 측두엽이다. 언어 능력의 대부분은 좌뇌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말하는 행위에는 좌뇌가 활성화되고, 예외적으로 말소리나 단어의 인식은 좌측과 우측 측두엽이 모두 관여한다.
fMRI를 관찰한 결과, 12세 이전에 제2 외국어를 배운 경우와 12세 이후에 제2 외국어를 배운 사람이 사용하는 뇌 영역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어릴 때 제2 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의 경우, 브로카 영역에서 1차 언어와 2차 언어가 처리되는 영역이 구분되지 않았던 반면에 나중에 제2 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의 경우, 브로카 영역에서 1차 언어와 2차 언어가 처리되는 뇌 영역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나타났다.
최근에는 뇌 관찰을 위한 영상 기법이 발달하면서 언어 능력에 관여하는 뇌의 구조들이 점점 자세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중 측두엽의 중간과 아랫부분은 단어의 의미를 처리하며, 전측두엽은 문장 수준의 언어 정보를 처리한다. 또한 상대방의 말을 인식하고 말을 하는 행위의 중간에 작용하는 감각-운동회로는 좌뇌의 측두엽 뒷부분에 위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태아와 신생아의 뇌 발달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면서 이 시기에 적절한 뇌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 아이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이중언어 발달은 특히 0세부터 3세 사이에 이루어져야 모국어와 동등한 정도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결정적 시기 가설을 소개한다. 이때, 태아기와 유아기에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의식적인 과정에 쓰이는 ‘학습’과는 구분되는, 유전적·생물학적 요소에 의한 자연적이고 무의식적인 ‘습득’ 과정이다.
이중언어 아동의 경우 옹알이는 보통 6-7개월 때 시작되지만 일반적으로 아이의 언어 이해 능력은 그 이전인 4개월 무렵부터 시작된다. 그러다가 8-15개월 사이에 첫 번째 단어를 말하게 되고 20개월이 되면 50 단어 정도를 말할 수 있게 되며, 평균 15개월에서 23개월 사이에는 짧은 문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한편, 이중 언어 아동의 단어 지식은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기 때문에, 단일 언어 아동에 비해 말문이 조금 늦게 트이거나 각 언어의 사용 어휘 수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의 어휘 발달 정도는 양쪽 언어의 사용 어휘를 모두 통합하여 그 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이중 언어 아동이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말과 apple이라는 말을 모두 알 경우는 하나가 아니라 두 어휘를 아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중언어 아동이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로 각각 단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돌 이후 13개월 무렵이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과가 어디 있지?’라는 질문과 ‘애플이 어디 있어?’라는 질문에 모두 아이가 제대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3살이 되면 두 언어의 문법 체계의 차이점을 이해하면서 양쪽 언어가 동시에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문법 지식의 경우는 이중언어 아동의 문법 발달이 단일 언어 아동에 비해 현저하게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이중 언어모두 꾸준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나아가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인지’를 담당하는 부분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데, 따라서 제2 언어의 사용은 뇌의 인지 영역 활성화를 통해 인지력 노화를 감소시키고, 결국 알츠하이머와 같은 인지 능력이 영향받아 생기는 병의 발생을 지연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몬트리올 대학 연구팀은 이중 언어 사용자들의 치매 발병 시기가 단일 언어 사용자들에 비해 4-5년 정도 늦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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