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한국 여권의 위력
190 국가에서 사용 가능한 대한민국 여권
유럽 국가들 제치고 당당한 2위
[해외 특파원 1기 | 이시현 기자] 한국 여권을 제시하면 무비자, 도착비자, 전자비자 등 방식으로 쉽게 입국할 수 있는 국가와 속령 등이 무려 190곳이다. 이는 독일과 함께 헨리여권지수 190점으로 ‘여권의 힘’ 세계 공동 2위이다. 헨리여권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의 각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되며 무비자 국가 및 비자면제 협정을 맺은 국가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다. 이 순위는 국제항공운송협회 자료와 헨리지수를 바탕으로 전 세계 국가와 속령 227곳 가운데 특정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도착비자, 전자비자 등 방식으로 쉽게 입국할 수 있는 곳이 어느 정도인지를 지표화한 것이다. 도착비자란 출국 전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입국장에 도착해 신청서를 제출한 후 수수료를 내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며, 전자비자는 온라인으로 발급하는 비자로, 일반 비자보다 발급 절차가 간편하다.
한국은 2013년 13위까지 떨어졌다가 2018년부터 2∼3위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공동 1위는 일본과 싱가포르이다. 두 나라 국민은 전 세계 192개 국가나 속령을 무비자나 상대적으로 간편한 입국 절차를 통해 여행할 수 있다. 공동 2위인 한국과 독일에 이어, 핀란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이 공동 3위를 차지했고 4위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이었다. 북한은 104위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39곳에 불과하다. 북한 뒤로는 네팔, 소말리아, 예멘,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7개국밖에 없었다.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상대국이 많다는 사실은 국력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경우 협상 상대국의 경제력이나 지위는 물론 시민의식까지 검증한다. 불법 체류자가 많은 저개발국,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는 국가나 지역은 비자면제 협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관용 여권으로 이런 도착·전자비자 없이도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국가와 지역만 아시아 20곳, 미주 34곳, 유럽 54곳, 태평양·대서양 등 섬 지역 14곳, 아프리카·중동 27곳으로 총 149곳이다. 이 가운데 일반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곳은 126곳이다.
이 지표를 고안한 크리스티안 케일린 헨리앤드파트너스 의장은 국가 간 이주·이민이 자유롭게 허용되는지 여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데 중요할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해외 입국을 제한당한 국가들은 2020년 이후 여권지수가 줄줄이 떨어졌다. 방문국 도착 시 발급되는 도착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이동 자유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선진 부국인 미국과 영국조차 이런 이유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전 국민이 고강도 방역에 동참한 한국은 순위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최상위권에 속해 있다. 여권과 비자는 국가 간 이동할 기회를 결정하는 요소인 만큼 세계적으로 사회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이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의 여권 파워가 더 두드러진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