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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은 따로 있다… 철밥통 ‘의사면허’

반성하고 있어 과실치사와 사체유기 면허 박탈 사유가 아니다

의사면허 취소되더라도 재발급 어렵지 않아…재교부 승인률 90% 넘어

현재 의료법 개정안 국회 1년 넘게 계류

< Illustration by Yeony Jung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시신을 유기하고 면허를 박탈당한 전직 의사라도 반성을 한다면 의사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게 현재 의료법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행정법원 행정 5부는 전직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작년 7월 서울 강남의 산부인과 A원장은 “잠을 푹 자게 해 달라”는 여성에게 13종의 약물을 섞어 불법 투여했다. 음주 상태였던 A 씨는 약물 부작용으로 2시간 뒤 환자가 결국 사망하자 시신을 실은 차량을 주차장에 버리고 도주했다. A 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져 과실치사, 사체유기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출소한 A 씨가 “의사면허 취소로 불이익이 너무 가혹하다”며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걸었고, 재판부는 A 씨 손을 들어줬다.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며 A 씨가 저지른 과실치사와 사체유기도 직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하여 면허 박탈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의사면허 재교부율은 90%를 넘는다. 현행 의료법은 3년간의 면허 취소 기간을 채우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의 전문직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 자격을 잃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서 의사 면허 취소 사유는 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사람), 면허 대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 특정 경우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회적으로 의사들의 범죄가 많아지고, 물의를 일으키자 2021년 2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가 될 수 없거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1년 3개월 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자세히 보자면, 면허를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5년간 재교부를 금지한다. 또한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범죄를 가지고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건 과잉금지”며 “헌법 가치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반대 의견이 있다. 또한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라며 대한의사협회도 반발하였다.

그러나,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의사 면허는 환자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국가가 부여하는 것”이라며 “의사의 위법행위는 사회 전체 공익을 해치는 행위다.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범죄 행위를 느슨하게 처벌해왔던 관행을 정리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공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범죄자 의사’들의 복귀를 막을 방법은 현재 없다는 것이다.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반성문을 잘 작성하면 복지부가 대부분 면허를 재교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신속히 통과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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