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훅 총기참사 유족 873억원 보상합의…총기사 마케팅 책임물어
샌디훅 총격사건,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숨져
유족과 대법원, “총기제조업체 광고가 참사 부추겨”
“잔혹행위 가능하게 만든 산업의 이익보다 아이들에 대한 보호 의무가 앞서”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미국 최악의 총기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의 생존자와 유족이 총기 제조사로부터 870억 원을 보상받기로 했다.
샌디훅 총기난사는 2012년 12월 14일 오전 9시께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 있는 샌디훅 초등학교에 총격범 애덤 랜자가 반자동 소총 2정을 들고 난입한 뒤 닥치는 대로 총을 쏴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숨진 참극이다.
보통 미 연방법은 총기를 잘못 사용해 발생할 경우, 제조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유족들은 총기 제조사 레밍턴이 랜자처럼 사회에 불만을 품은 청년 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한 것이 코네티컷주 법에 위반된다며 마케팅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그 당시 실제 총기 광고를 보면 ‘Consider Your Man Card Reissued’ (‘너의 남성성을 인정한다’)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이에 더해 일종의 ‘시험’을 통해 ‘남성성’을 인정해주는 마케팅 또한 시작했다. 타인에 대한 지배와 폭력을 미화하는 맥락 속에서 광고를 통해 남성성을 강조 또한 과장했던 것이다.
총기회사는 샌디훅 총격사건 범인이 광고를 봤을지 여부가 분명치 않다며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무기 제조사의 광고 판매 전략과 관련한 내부 문건 등을 유족에게 공개하는 것에 동의하자 레밍턴 측은 합의를 시도했고, 결국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870억 원을 지불하는 데 합의했다. 대법원은 또 레밍턴사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빠진 보다 젊은 남성들을 주요 판매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제조사 중 하나인 레밍턴은 샌디훅 초교 총격참사 이후, 소매 판매가 제한됐다. 2020년 두 차례 파산 신청을 거듭하다 결국 여러 회사에 자산이 매각됐다. 레밍턴은 현재 파산했지만 이 회사가 가입한 4개 보험사가 870억 원의 보험료 지불에 합의했다.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베로니크 데 라 로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샌디훅 같은 잔혹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산업의 이익보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보호 의무가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이 합의가 비극적 날의 고통을 지우지는 않지만 총기 제조사들에 무기 제조와 무책임한 마케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