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ICBM발사 한반도 안보 위협
24일, 북한 신형 ‘괴물급 ICBM’발사 성공
유엔 안보리 결의안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무산
[위즈덤 아고라 / 손유진 기자] 24일 오후,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30일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로 맞대응했다. 고체 추진 발사체는 액체 연료를 쓰는 북측 주력 미사일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개발·제작비가 저렴하며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3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2017년 화성-15형 이후 4년 3개월 만이었다. 북한은 2018년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했었는데, 지난 1월 이를 폐기하겠다고 시사 한 이후, 이번 화성-17형 발사를 통해 이를 완전히 폐기한 셈이다. 모라토리엄은 원래 경제 단어이지만, 국제관계에서는 무언가를 중단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다. 사정거리 5,500㎞ 이상으로 대기권 밖을 비행한 후 핵탄두로 적의 전략목표를 공격한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ICBM 화성-17형은 ‘괴물급 ICBM’이라고 불릴 만큼 지난 화성-15형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발사한 ICBM의 최대 정점 고도가 6248.5km까지 상승했으며 1090km의 거리를 4052초(67분) 동안 비행했다고 밝혔다. 과거 화성-15형의 시험발사와 비교했을 때 고도는 1770km 상승했고, 비행거리도 140km 늘었다. 화성-17형의 길이는 22m~24m 정도이며 21m였던 화성-15형보다 길어졌다. 또한, 미국의 미니트맨-3나 중국의 신형 둥펑-42 등과 비교했을 때도 발사체 길이와 직경이 더 크다.
화성-17형은 3단 엔진으로 구성됐고, 발사는 이동식 발사 차량인 TEL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TEL은 고정식 발사대와 달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에 감시에 용이하지 않아 사전에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리고, 미사일 앞부분이 다탄두 미사일 모양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는 약 1만 3000km~1만 5000km 정도 될 것이며, 이는 미국 본토 전역뿐만 아니라 주요 대륙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이 시점에 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이지 못하는 전략적 빈틈을 노린 측면이 있다”며 설명했다. 또한, 현재 정권 교체기인 한국의 상황도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보였다.
북한의 ICBM 도발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에 정부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 차장은 24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오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촉구하는 우리 국민들의 여망, 국제사회의 요구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유관국들의 노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30일 발사한 고체 추진 발사체는 지난해 5월 미사일지침 종료와 7월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 성공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대다수의 이사국은 북한의 ICBM 발사가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했다고 했다.
주 유엔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결의안을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결의안은 북이 ICBM을 발사하면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했다. 장준 주 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다가 한반도 주변에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라고 말하며 대북 제재 강화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