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는 순전히 운으로 이길까?
윷놀이, 연날리기와 제기차기에 숨은 과학
[객원 에디터 4기 / 황시후 기자 ] 설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민속놀이는 단골손님이다.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이로 지기도 하고, “운이 나빴어” 라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민속놀이를 이길 수 있는 과학적 비법이 있다면 어떨까?
먼저, 설 대표 놀이 종목인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이 놀이는 윷짝을 농사의 풍흉작과 길흉을 점치는 도구로 사용하는데서 유래했으며,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민족의 염원이 담긴 전통 놀이이다. 농사의 성공 확률을 점치는 도구인 윷짝을 쓰는 만큼, 이 놀이의 패도 가축(도(돼지), 개(개), 걸(양), 윷(소), 모(말))들로 구성되어 있다.
윷놀이의 과학은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규칙에 숨어있다. 윷놀이는 네 개의 윷짝을 한 번에 던져 나오는 조합에 따라갈 수 있는 칸 수가 달라지게 되는 놀이인데 누가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4개의 윷짝이 각각 위쪽(둥근 면)과 아래쪽(평평한 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갖기 때문에 4개 윷짝을 던져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6가지이며, 일반적으로 뒤로 한 칸 가는 ‘백도’가 가장 선호되지 않고, 다섯 칸을 앞으로 움직이는 ‘모’가 가장 선호된다. 하지만 두 칸을 갈 수 있는 ‘개’가 나올 확률이 37.5%로 가장 높은데, 두 윷짝이 위쪽, 나머지는 아래쪽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각 한 칸과 세 칸을 움직이는 ‘도’와 ‘걸’의 확률은 25%, 네 칸과 다섯 칸을 움직일 수 있는 윷과 모의 확률은 6.25%다.
우리의 조상들은 가장 유리한 패들에 낮은 확률을 부여함을 통해 긴장감 있는 말판 놀이를 만들어냈다. 또한 윷짝의 한쪽 면이 둥근 덕에 어느 면이 위를 향할지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가 생긴다. 그러므로 패를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윷놀이를 이기기 위해서는 말을 잘 놓으면 된다. 물리학자들이 진행한 윷놀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회가 있을 때 상대편의 말을 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뒤에서 상대편에게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과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두 번째는 연놀이다. 설날과 같은 공휴일에 연을 날리기 위해 공원에 가곤 하는데 잘 날지 않아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연이 바람을 타고난다고 생각해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연은 맞바람을 타고 날기 때문에, 연이 떨어지려고 하면 줄을 당겨야 한다. 이유는 연의 위쪽에 더 공기가 흐르는 표면이 커지면서 아래쪽에 비해 위쪽의 공기가 더 빠르게 흐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압력의 차이는 중력의 반대인 양력을 생기게 하고 연을 하늘 위로 올려 보낸다.
물론 바람이 더욱 세게 부는 곳이 연을 더 높이 날리기에는 유리하지만, 바람이 안 부는 날에도 연을 들고 달리면 맞바람을 일으켜 잘 날릴 수 있고, 연이 떨어지려고 해도 줄을 당기면 된다. 높은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커서 연이 잘 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여러 예능에 설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제기차기이다. 전통 제기는 엽전이나 쇠붙이에 얇은 종이나 천을 접어서 싼 다음,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 너풀거리게 한 놀이기구이며 중력으로 인해 항상 무거운 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때 술의 표면 면적이 제기의 공기저항을 늘리고 낙하 속도를 결정한다. 술이 가볍고 풍성해질수록 공기 중에 더 오래 체류하기 때문에, 제기차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넓이가 넓은 술을 많이 달면 더욱 유리하다.
가족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고 해외에 떨어져 있더라도 ‘온라인 윷놀이’등을 같이 즐긴다면 민속놀이와 함께 설날을 보내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