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의 습격
미세플라스틱의 양 폭증
혈액 속, 폐 깊숙한 곳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객원 에디터 3기 / 하민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 급증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양도 폭증했다. 최근 이 미세플라스틱의 인체위험성과 심각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단순 환경오염 문제를 넘어서 인체 건강에 문제가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과학자들은 정확히 ‘크기가 100nm(나노미터) 이상, 5mm 미만인 플라스틱’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2010년대에 들어서 오염 실태와 인체 영향 관련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의가 내려진 것은 2008년 제 1차 국제 미세플라스틱 워크숍에서 였는데, 초미세플라스틱의 정의가 1nm 이상, 100nm미만이라는 것에 동의했기에 미세플라스틱의 하한이 100nm가 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은 1차와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뉘는데,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이며 치약과 화장품 등에 들어가 있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과 파편이 풍화 또는 마모되며 생긴 것이다. 자연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차 미세플라스틱은 미세섬유인데, 이는 해양 심층수에서도 가장 많이 발견되는 형태이다.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 약 1900개 이상의 미세섬유 조각이 배수구로 배출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환경저널에 게재했는데, 이들 중 과반수에게서 생수 및 음료병에 주로 쓰이는 페트(PET)가 ml당 최대 2.4㎍ 검출되었다. 그 외에도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은 전체 36%에 해당하는 사람의 혈액에서 ml당 최대 4.8㎍까지, 비닐봉지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이 전체 23%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서 ml당 최대 7.1㎍까지 검출됐다.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혈액의 혈장 내에 존재하는지 혹은 특정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 것인지 등 많은 부분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또한 살아있는 사람의 폐 깊숙한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헐-요크 의대 연구팀은 폐 이식 수술 과정에서 확보한 13명의 건강한 폐 조직 샘플 중 11명의 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종류를 식별한 결과, 플라스틱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페트(PET)가 각각 23%와 18%의 비중을 차지했다. 폐의 상부나 중부보다는 하부에서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폐 상부에서는 1g당 0.8개, 중부에서는 1g당 0.41개, 폐 깊숙한 곳 하부에서는 1g당 3.12개가 검출되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를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면역을 억제하고 항암제 내성을 일으킨다. 폴리스티렌(PS)을 위암세포에 노출시키자, 노출되지 않은 위암세포보다 성장이 1.74배 빨랐고, 전이도는 3.2배에서 최대 11배까지 우세했으며 여러 항암제에 내성을 일으켰다. 또한 종양을 생성하는 암줄기세포 유전자는 3.4배까지 증가했고 면역억제 단백질은 4.2배까지 증가시켰다. 미세플라스틱은 건강한 개체에서도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이며 쥐 실험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유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한국 식품의약안전처는 “한국인들이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하루 16.3개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9년에 쥐실험에서 하루 6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8일간 쥐에게 먹였음에도 유독성을 관찰하지 못했기에, 하루 16.3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잔류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이 몇 년 뒤에 나타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중국 원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공기 중에서 접시로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이 ㎡당 실내에선 하루 76만 개, 실외에서는 18만 개다. 때문에 1년 동안 먹게 되는 공기 중에서 접시로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은 89만 개에서 130만 개인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섭취 경로는 식수와 음료수로 알려져 있으며, 해산물, 소금, 맥주 등이 있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유입되기도 하며, 폴리에스터 등을 원료로 하는 의류를 통해 유입되기도 한다. 또한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무려 조 단위의 초미세플라스틱을 마시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일회용 종이컵에 22도의 물을 부으면 20분 동안 1L당 2조 8,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100도의 뜨거운 물에서는 1L당 5조 1,000 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녹아 나온다는 것이다.
몸 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먼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를 시키고, 음식을 담기 전 식기와 조리 도구를 깨끗한 물로 행구는 것 등의 방법이 있다. 한국 식약처에서는 조리 전 미역과 다시마 등의 해조류를 세척하고 조개류를 해감함으로 미세플라스틱 80% 가까이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175개 회원국의 대표단과 국제기구 등 2000여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 재활용, 폐기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아웃’을 위한 국제 협약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또한 EU에서는 ZARA와 H&M 등의 패션브랜드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의 일정비율 이상 사용을 의무화’, ‘재고품의 대량 폐기 금지’ 등의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