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값 인하, 과연 좋은 걸까?
정부 압박으로 13년 만에 가격 내린 라면 기업들
재무적 손실 심각
[객원 에디터 5기 / 한도아 기자]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국제 밀 가격이 작년보다 50% 감소했다며, 식료품 업계 기업들에 라면 가격 인하할 것을 압박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기업들이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내리면서,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라면값에는 밀가루 가격뿐만 아니라 물류비, 인건비, 전기 비용 등 여러 가지가 반영되는데, 자유시장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할 필요가 있었는지와 물가 안정에 꼭 필요하다는 등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약 5%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식료품 업계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출고가 인하로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80억~190억 원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밀가루 가격도 5% 인하돼 연간 비용을 최소 80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구한 라면 가격 인하는 가격상한제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상한제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규제된 가격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다. 가격상한제가 미치는 효과로는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공급 부족 사태가 있다. 이에 따라 감소한 영업이익은 제품의 품질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되돌려야 할 수도 있다. 결국엔 기업들과 소비자 모두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는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격을 제한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기업들이 이윤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합의해 결정하거나 생산 수량을 정해 판매하는 것을 담합이라고 하는데,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물건의 질이 낮아지고 가격은 비싸지는 독점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기 전에 정부가 가격을 제한하면, 담합과 같은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을 위한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소비자들의 물가 안정 체감 정도는 낮았다. 기업들은 인기 상품 가격을 낮추게 되면 불이익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비인기 상품들을 위주로 가격을 낮췄으며, 가격하락 폭이 약 5%, 즉 50원 정도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라면값을 인하하는 것은 좋지만, “농심은 신라면 외 너구리, 짜파게티 등 인기 상품들은 인하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양도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제외했다”라며 “뿐만 아니라 두 업체 모두 이번에 진행한 가격 인하율이 지난해 가격 인상률의 약 50% 정도에 그친 상황이라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로, 라면 가격은 내렸지만, 다른 식료품의 가격은 그대로 이거나 인상되었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다른 식료품도 가격이 인하될지는 미지수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기업들은 밀 이외의 다른 원자재와 인건비는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