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물원 번식은 동물을 위한 것인가?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 (이하나) >

[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서 기자 ] 세계 어떤 나라를 가든 동물원이 존재한다. 동물원은 아이들과 자연의 거리를 좁혀주고 교육적 역할을 하며, 멸종위기 동물들의 종 보전에 힘을 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연 동물원이 종 보전을 하는 것은 동물 그 자체를 위함일까? 

우선 동물원에서 번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동물원에서는 ‘희귀’, ‘멸종위기’ 등의 수식어를 붙여 해당 동물원이 종의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식의 홍보를 한다. 동물원 이외의 장소에서 동물들이 번식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서식지가 있어야 하고, 동물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많은 개체수를 방출하더라도 제도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에 치이거나, 밀렵꾼들의 사냥감이 되기 일쑤다. 현실에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기에 많은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의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이 종 보전에 이바지한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동물원에서의 번식은 대부분 종 보전과는 큰 연관이 없다. 야생동물 개체군을 보전할 때 단순히 개체의 숫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종 보전에 있어 무엇보다도 유전적 관리가 우선시돼야 한다. 유전적 관리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놓치기 쉽지만 각 개체나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을 적절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개체의 숫자를 늘리거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먹이를 제공받고 짝짓기를 하는 데에는 동물원의 의도와 사정이 개입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연이었다면 도태됐어야 할 유전자의 대다수가 생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종 보존의 기준을 흩뜨린다. 동물원 번식이 오래 지속될 경우 자연과 동물원 동물들의 유전적 조성에 차이가 생겨 동물원 개체가 자연으로 방출됐을 시 생존과 번식에 성공할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동물원에는 ‘선택압’이 없거나 매우 느슨하다. 선택압이란 야생 동물들이 자연의 다양한 서식지로 퍼져나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으로부터 모습과 행동을 조금씩 달리할 것을 요구받는 것을 일컫는다. 자세하게는 생물이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자연 속 생물·물리·화학적 요인들이 결합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작게는 생존·번식에 적합한 특징들을 갖게 하고, 크게는 아예 새로운 종(아종)이 되도록 촉진하는 등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자연에서 선택압에 순응하지 못한 개체들은 생존과 번식에서 밀려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사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작용한다. 선택된 개체들의 유전자는 개체군 안에서 유행해 선택되지 못한 개체들의 유전자는 적어지거나 아예 제거된다. 이렇게 개체나 개체군의 유전적 조성이 이뤄지는 것이다.

자연의 ‘선택압’에 반대되는 동물원의 행위로는 동물들의 근친교배가 있다. 근친교배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비슷한 유전자의 조합은 자손들의 유전적 조성이 단순화되는 것을 촉진시킨다. 만약 선택압이 개체군 내 대다수 개체가 공유하는 특징에 불리하게 작용할 시 개체군 전체의 존속에 불리해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두 번째는 열성 유전자의 발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열성 유전자는 또 다른 열성유전자와 만나야만 발현되는데, 이러한 특성이 부모에게서 서로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는 근친교배의 특성을 만나면 ‘나쁜 특징’들이 발현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반복되는 근친교배는 선택압과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나쁜 특징’이 나타나는 근교약세를 보인다. 이 같은 근친교배의 취약함을 동물원에서는 방관하거나 묵인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원에서 근친교배를 하지 않으려면 외부에서 새로운 가계의 개체를 들여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물의 값, 운송 비용과 더불어 행정적, 수의학적 절차도 필요하기에 추가적인 시간과 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동물원에서는 흔히 근친교배가 발생하며 자연에 반대되는 방향의 선택압이 작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생존에 불리해 자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체들이 동물원에서는 적극 번식해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인간은 동물에게 선택압을 가하는 ‘자연’과 같은 ‘주체’가 되곤 한다. 인간이 선택압을 가하게 되면 동물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호랑이와 사자를 번식한 라이거나 서벌과 고양이를 번식해 만든 사바나캣은 선택압을 무시하는 교배를 한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아종들은 적응적 이점을 흩뜨리고, 생존 번식률에 영향을 미친다. 번식능력이 있는 혼종들이 번식하면 뒤섞인 유전자들을 다른 순혈 개체들에 전달해 유전적·생태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인간의 사정과 이익이 반영된 동물의 번식은 자연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작용한다. 동물원 번식 동물들은 야생의 동족들과 같다고 표현할 수 없으므로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번식은 종 보존이라고 할 수 없다. 즉, 동물원 내 번식은 동물 종 전체를 위하는 행동이 아니다. 동물원이 종 보전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보전을 저해하는 역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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