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경제의 디지털 혁신
[객원 에디터 6기 / 김서안 기자]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 경제가 빠른 속도로 뜨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전자상거래, 전자결제 금융, 차량 공유와 음식 배달, 미디어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진 디지털 서비스의 총 상품거래액을 의미한다.
느린 인터넷과 낙후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신기술보다는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중심 경제, 이것이 ‘동남아시아’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더 이상 디지털 혁신 불모지가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부터 직장까지,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시민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 지 오래다.
실제로 태국 방콕 노점에 결제 시 사용하는 QR코드 종이가 비치돼 있다. 휴대폰에서 한국 시중은행 앱과 연동된 글로벌 지급 결제 시스템을 켠 뒤, 화면을 QR코드에 갖다 댄 후 1분도 안 돼 태국 바트화가 원화로 환산돼 음식값이 지불됐다.
가게 주인 사이난 웨이자복은 “그간 관광객은 주로 현금을 냈는데, 몇 년 새 스캔을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잔돈을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180억 달러(약 291조 원)였던 아세안 지역 디지털 경제 규모는 내년 3,000억 달러(약 400조 원)로 급성장한 뒤, 2023년쯤에 최대 1조 달러(약 1,33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한국, 중국, 일본) 소속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아세안 디지털 변혁’ 세미나에 따르면 10년도 더 흐른 지금 상품 구매 및 결제의 모든 행위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며 이제는 유형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도 디지털로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에 나타나엘 파이비스는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디지털의 발전이다”라고 전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스타트업의 전쟁터가 됐다. 과거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스타트업들이 최근 몇 년 새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2010년대 중반 동남아 현지에 설립된 회사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은 인도네시아다. 유니콘 이상 회사가 16개로,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도농 간 디지털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게 문제”라며 “대도시 디지털 환경은 나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반면 농촌 지역은 정체 상태에 머물면서, 디지털 빈부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