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도플갱어는 유전자를 공유한다?

유전적 변이, 외모에 영향을 줘

닮은 외형을 가진 참가자들… 많은 유전자 서열 공유

< Illustration by Yeon-woo Jung 2006 (정연우) >

[객원 에디터 4기 / 하민솔 기자] 최근 Cell Reports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도플갱어들의 DNA 상당수가 비슷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미신이 존재한다. 그중, 독일에는 불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도플갱어’와 관한 미신도 존재한다. 도플갱어는 Doppel (독일어로 ‘둘’)과 Gänger (독일어로 ‘다니는 사람’)의 합성어이다. 본인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딘가에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의 도플갱어를 본다면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신에서 비롯된 도플갱어는 현재는 쌍둥이는 아니지만, 자신과 매우 닮아있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실제로 도플갱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으며 과학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예전부터 도플갱어가 유전의 영향에 의해 발생한 건지, 양육 환경의 영향인지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도플갱어들은 DNA가 상당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박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요셉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Josep Carreras Leukemia Research Institute)의 마넬 에스텔러 박사(Dr. Manel Esteller)로 과거에는 쌍둥이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가족 관계가 아닌데도 서로 닮은 사람들에 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결과를 통해 무엇 때문에 이들이 비슷하게 생겼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형이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람들이 유전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적 유사성을 가진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비슷한 체중과 생활 방식, 흡연 여부, 교육 수준 등까지도 유사한 행동 특성이 관찰된다. 이는 유전적 변이가 크게는 외모와 관련이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일부 습관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예술가 프랑소와 브루넬레 (François Brunelle)는 도플갱어와 관련된 “나는 닮지 않았습니다(I’m not a look-alike)”라는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32쌍(64명)의 닮은꼴 참가자를 준비해 DNA 테스트를 요청했고, 각자의 삶에 관한 설문지의 작성도 요청했다. 또한 과학자들은 3가지 얼굴 인식 프로그램에 이들의 사진을 넣어서 비교했고, 그중 절반인 16쌍은 일란성쌍둥이와 비슷한 점수를 받을 정도로 매우 닮아 있었다. 나머지 16쌍은 알고리즘 상으로는 다른 외형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어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서는 도플갱어들에게 일란성쌍둥이들보다 더 높은 외모 유사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DNA를 자세히 조사했는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서 유사함이 밝혀진 16쌍은 나머지 16쌍보다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외관상으로도 외형이 매우 닮음을 확인했던 이들은 눈, 코, 입, 입술 그리고 뼈 구조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여러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고 있었다. 

에스텔러 박사는 도플갱어 간의 유사성은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으며 현재 전 세계에 수많은 사람 중 유사한 DNA 서열을 가진 사람들이 더 늘 것이라고 밝혔다. 도플갱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인터넷 발달로 인해 이들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매우 닮은 16쌍 역시 다른 요인들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사는 이들이 완전히 똑같지 생기지 않은 이유가 도플갱어들의 ‘후성유전체(노화 등 환경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서열 정보들을 포함하는 유전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종합하면 우리의 얼굴을 결정하는 유전학 및 다른 인체 특징 또는 성격의 특징에 관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는 한계점이 존재하는 데, 가장 큰 한계점은 표본의 크기였다. 이 연구의 표본의 크기가 매우 작았으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더 큰 모집단에 대해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또한 연구는 유럽 출신의 도플갱어들에게 초점이 맞추었기에 다른 대륙의 도플갱어들에 관해서 연구결과가 적용되는지는 모른다. 이에 연구팀은 더 많은 표본의 그룹을 상대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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