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미래의 첫걸음 다누리, 달 궤도 안착
[위즈덤 아고라 오피니언 / 오민경 ] 지난 27일,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가 지난 26일 11시 6분 마지막(세 번째)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진행한 결과, 목표한 달 임무궤도인 달 상공 100㎞에 진입해 약 2시간 주기로 달을 공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기술로 만든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하며 본격적인 달 탐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달은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하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에게 영향을 줬다.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고 수많은 영감을 주지만 정작 인류에게는 지금까지 물도 산소도 없어 어떠한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차갑고 황량한 땅으로 여겨져 왔다. 한창 세계가 달에 집중하고 있었던 1970년대 당시에는 체제경쟁의 목적으로 달의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50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달이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달 탐사를 추진하는 국가는 19개국의 이르고, 106개의 달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정도로 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8월 우리나라의 순수 독자적 기술로 제작된 달 탐사선 ‘다누리’를 발사하는 데에 성공하며 우주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KLPO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는 가로 6.3m 세로 3.28m 높이 2.67m로 무게는 대략 678kg이며 나사의 섀도캠을 비롯해 LUTI(고해상도 카메라),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 실험 탑재체인 DTNPL, 달 KGRS(감마선 분광기), KMAG(자기장 측정기), Polcam(광시야 편광 카메라) 등 대한민국 순수기술로 제작된 5개의 탑재채를 실어 지난 8월 5일 오전 8시 8분에 발사됐다. 다누리에 탑재된 나사의 섀도캠은 아주 정밀하여 태양광선이 닿지 않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고해상도로 촬영이 가능하고, 한국우주연구원에서 개발된 LUTI는 달 표면을 정밀하게 찍을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이다. 27일에 달 궤도에 안착한 다누리는 2023년 1월경부터 1년간 매일 12바퀴씩 달을 돌며 다양한 과학 임무를 수행하며 달 탐사 후보지를 찾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순수 기술로 만든 이 달 탐사선은 미국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사전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 5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인류의 달 탐사인 아르테미스 계획은 2017년부터 시작하여 15개의 국가가 협정을 체결했고 대한민국은 10번째 협정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르테미스 2025년에는 여성을 포함한 우주인 2명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또한 2030년에는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해 달의 남극을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우주기술이 경쟁력인 시대가 열리면서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와 민간기업이 뛰어들고 있는데, 달을 주목하는 이유는 인류가 화성 이주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이주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가 필요한데, 달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달에서 실제로 무언가를 채굴하는 것을 상상도 못 했지만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달표면에서 1.7kg의 토양을 채취해오는 데 성공하면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달에는 헬륨-3로 차세대 핵융합발전 연료인 매우 귀중한 자원이 존재하는데 이 자원은 지구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달 표면에는 고르게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헬륨-3 1g은 석탄 약 40t이 생산하는 정도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달의 헬륨-3을 모두 채취해 온다면 지구는 1만여 년 동안 에너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달의 자원과 그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지구에서 모든 것을 가져올 필요 없이 심우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주 로켓 시장 및 관광산업을 통한 경제적 가치도 충분하기 때문에 달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4개월의 긴 항해를 마친 다누리는 새로운 1년을 준비하고 있다. 달을 향한 대한민국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지난 6월 21일 10월 1차 실패와 두 차례의 발사 연기 끝에 이뤄낸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 탐사선 다누리는 우리나라 땅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 X사의 팰컨 라인에 실려 발사됐다. 누리호는 한 번의 경험만 있고, 다누리를 달의 궤도까지 보내려면 누리호보다 더 높이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달 탐사선은 단순히 발자국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종합 쇼핑몰로 탈바꿈하고 있는 달탐사 시대에 건설 시공사로 참여할지, 입점해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가 될지, 아니면 우리는 그냥 물건 장바구니를 들고 구매자로 남을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얼마 전 우주항공 관련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대표에게 국내에 어떤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냐고 묻자, 그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한국에는 아직 무릎을 칠 정도의 참신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우주 스타트업이 없다”라고 추가했다. 한국 우주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투쟁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누구나 인정하는 기술력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성공적인 우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 및 국내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