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증가한 재수 열풍… 28년 만에 최고치
[객원 에디터 6기 / 이수아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이 31.7%로 2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학과 신설·증원, 의대 쏠림현상, 문·이과 통합수능 등이 맞물려 이과 재수생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지원자는 50만4588명으로 재학생 32만6646명, 졸업생 15만9742명이다. 28년 만에 최고치에 해당하고, 지난해 (31.1%)보다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수능 응시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1학년도에 처음으로 50만 명 선이 무너졌으나, 2022학년도에 50만9821명으로 늘어난 뒤 이번 시험까지 50만 명 선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재수생 비율이 증가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정부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첨단학과의 신설과 증원을 추진하면서 이과 수험생들의 재수 의욕이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3월, 2024학년도부터 4년간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를 1만 8000명 추가로 모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과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높여 더 좋은 학과에 진학하고자 재수를 결심한 경우가 많았다.
둘째, 의대 쏠림현상이 재수생 비율을 높였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를 추진하면서 의대 입시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재 2024년 의대 정원 2024년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이는 이는 2023년 정원인 2,958명보다 100명 증가한 수치인데, 정부는 2022년부터 시작된 의대정원 30% 증원 계획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총 1,000명의 정원이 증원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입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입시는 수능 성적뿐만 아니라 내신 성적, 면접, 논술 등 다방면의 평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로학원의 임성호대표는 “최근 의약학 계열에 진학하기 위해 수능에 재도전하는 대학 재학생과 군대에서 재수하는 군수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셋째, 2022년 도입된 문·이과 통합수능이 재수생 비율에 영향을 미쳤다. 시행되는 문·이과 통합수능은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이 신설되고, 탐구과목에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자신의 선호 과목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 영역의 이과 선택과목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향에 이과 학생들이 문과 학과로 교차 지원까지 가능해지며 이과에 유리한 체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위권 문과 학과에 이과생들이 합격하면서 밀려난 문과생, 통합수능을 발판으로 점수 상승을 기대하는 이과 졸업생들이 다시 수능을 치르는 것이다. 또한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되면서 수능이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재수생 비율을 높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생은 지난해 통합수능 도입에 따른 피해 의식이 생겨 재도전이 늘어났고, 이과생은 여전히 통합수능이 이과에 유리하다는 기대심리가 있어 수능을 치는 졸업생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재수생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입시 자유도가 높아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수생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수능 난이도가 상승하고,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재수생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다양한 입시 전형과 정원을 확대하고, 수험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