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누리호 발사 이후, 남은 과제는?

“목표궤도 700km에서 성능검증위성 성공적 분리·안착 확인”

누리호 다음 목표…“90% 대 발사 성공률 확보해야

우주 발사체, 가격 경쟁력 확보도 과제

<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1일 국내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의 실용적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린 우주 강국에 진입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날 오후 4시 발사한 누리호가 비행을 종료한 뒤 항우연은 발사체 비행 정보를 담고 있는 누리호 원격수신정보(텔레메트리)를 초기 분석한 결과, 누리호가 목표궤도(700km)에 투입돼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음을 확인했다.

누리호는 발사 후 정해진 비행 시퀀스에 따라 비행 과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누리호 1, 2, 3단 엔진 모두 정상적으로 연소되고, 페어링도 정상적으로 분리돼 누리호에 탑재된 성능검증위성 분리까지 모두 성공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우주 운송 능력을 확보하고, 자주적인 국가 우주 개발 역량을 온전히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누리호가 우주 발사체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발사 실패 확률을 낮추는 신뢰성을 확보하고 발사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암 한국항공우주 학회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스페이스 X를 떠올리겠지만 누리호는 이제 시작이며 아직 가야 할 길이 험하고 멀다”며 “신뢰성을 높이고 민간기업 기술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험난한 과제가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먼저 발사체를 개발한 우주개발 선도국들의 발사 성공 확률은 대부분 90%를 넘는다. 그마저도 실패 사례는 대다수 상업 발사가 개시된 초창기에 집중돼 있다. 발사를 거듭할수록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제공, 동아일보 편집>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를 대표하는 발사체 ‘팰컨 9’는 2010년 첫 발사 이후 2021년까지 총 103회 발사해 단 두 차례만 실패했다. 성공률 98%다. 2010년 이전 팰컨 9의 뿌리가 되는 팰컨 1은 2006∼2009년 총 5번 발사해 3번 실패했다. 초창기 실패를 극복하고 난 뒤 상업 발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발사를 통해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이 완료된 만큼 오는 2027년까지 신뢰성 향상을 위해 4차례의 추가적인 반복 발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6873억 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1차 발사를 임무 수행 실패로 보고 이번 2차 발사를 성공으로 볼 경우 성공률은 50%다. 

고도화 사업을 통해 4회 발사에서 모두 성공하면 6회 중 5회 성공으로 성공률은 약 83%다. 전체 발사 횟수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남은 발사에서 모두 성공해야만 대내외에 신뢰도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고도화 사업에서 이뤄지는 4차례 발사가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VL-Ⅰ)’ 발사 추진단장을 맡았던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발사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발사하면서 노하우를 쌓는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3차원(3D) 프린팅이나 재활용 엔진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고도화 사업으로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하면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의 특성상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을 바탕으로 스페이스 X가 성장한 사례를 유심히 봐야 한다”라고 했다. 

누리호는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1.5t 중량의 탑재체를 투입하는 발사체다. 성공이냐 실패냐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상용 발사체로는 아쉬운 체급이다. 2020년 2월 유럽의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돼 고도 3만 6000km의 정지궤도에 안착한 해양·환경 관측 위성 천리안 2B호의 무게는 3.4t이다. 

결국 상용 발사체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용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2031년까지 1조 9330억 원을 투입하는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은 현재 사업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100t 엔진 5기를 묶은 1단 엔진과 10t 엔진 2기로 구성된 2단 발사체로 지구 저궤도에 10t 중량의 탑재체를 실어 보내는 게 목표다. 75t 엔진 4기로 이뤄진 1단 엔진과 75t 엔진 1기의 2단, 7t 엔진 1기의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보다는 성능이 훨씬 앞선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 누리호 개발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성능이 향상된 우주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우리나라의 위성 발사 능력을 더욱 향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과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발사 성공을 위해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과학기술인, 산업체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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