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음악적 본능
음악적 본능, 인류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객원 에디터 6기 / 이지윤 기자]음악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가 존재하고 진화해 온 과정에서 음악은 생존에 도움을 주고,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며 서로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서양음계와 같은 음악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음악은 예외적인 천부적 재능이 아닌, 인간 모두가 지닌 본능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음악 본능에 관해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자신의 책 “음악 본능”에서 왜 우리는 음악에 매료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탐구했다. 그는 뇌과학, 진화생물학, 해부학, 음악학, 심리학, 교육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음악의 다양한 측면을 과학적으로 해설했다. 특히 음악의 이론적인 부분을 공감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예를 들어 듣고 보도록 하는 시도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인간의 음악 본능, 즉 고유한 음악 감각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정하웅 교수 연구팀도 최근의 연구를 통해 이 음악 본능이 어떻게 다양성 속에서도 인간 사이에서 공유되고 이해되는지를 탐구했다.
기존의 학자들은 다양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음악의 보편성과 차별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9년 ‘사이언스’ 저널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모든 문화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며 유사한 박자와 멜로디를 사용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적 공통성을 뇌의 청각 피질에서 처리되는 특정한 영역과 연관시키는 연구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최근에 이러한 기존의 연구를 확장시켜 인공신경망 모델을 활용하여 음악의 본능이 특별한 학습 없이도 자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규모 소리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리에 대한 학습을 통해 음악 인지 기능이 형성된다는 입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음악 선택성 뉴런은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해 높은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뉴런은 음악의 시간적 구조를 부호화하고, 다른 자연 소리에 대한 인식 정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음악 정보 처리 기능이 다양한 자연 소리 정보 처리에 도움을 주며, 진화적 적응에 의해 형성된 ‘음악성’이라는 본능이라고 설명된다.
더불어, 음악 생성 AI와 음악 인지 연구는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음악 생성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음악 인지 연구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음악이 인간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음악을 통한 감정 치유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악 정보 처리의 공통된 기저를 형성하는 데 진화적 압력이 기여했을 수 있다고 시사한다며, 이를 토대로 음악 생성 AI, 음악 치료, 음악 인지 연구 등에 원천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