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냉동인간은 영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Illustration by Chaeyoung Shim

BY Seoyun Jeon 2006

인류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과학과 의료기술을 발전시켰고, 냉동보존술을 통해 불멸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만 등장하던 기술이지만 우리나라에도 2건의 냉동인간 사례가 있을 정도로 냉동인간은 우리 옆에 다가왔다. 지난해 5월, 국내 1호 냉동인간 신청자는 50대 남성으로 앰뷸런스에 실려가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죽음을 두려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냉동 처리를 결심하였고, 현재 어머니의 시신은 모스크바 냉동창고에 있다. 죽어서도 다시 살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약기간 100년 안으로 아들은 해동 기술은 물론 치료법까지 개발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한 8월 한 50대 남성은 담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다가 숨진 아내의 모습을 사후에도 보존하고 싶다며 냉동 보존해줄 것을 의뢰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마주한 사람들은 고인의 생명연장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냉동인간 보존이 해동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홍보하는 것은 인간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냉동인간이란 심장과 폐의 작동이 멈추어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매우 낮은 온도로 얼리는 기술이다.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는 자신의 저서 ‘불멸의 가능성’에서 “죽은 사람들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보존할 수 있습니다. 문명이 지속된다면 의학은 결국 냉동보관으로 인체의 모든 손상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라며 인간 생명연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1967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제임스 베드포드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을 냉동보존을 했다. 그는 영하 196도의 캡슐 안에 보존되며 최초의 냉동인간이 되었고, 현재 전 세계에 약 600여 명의 냉동인간이 잠들어있다.  50년이 지나도록 누구도 깨어나지 못했지만 신청자는 약 3000명으로 관심을 갖는 이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냉동보존술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법적 사망선고 즉시 시신은 세포와 조직의 괴사를 막기 위해 온도를 최대한 낮춰 보존센터로 이송된다. 그리고 심폐 소생 장치를 사용해 호흡과 혈액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법적으로 심장과 폐가 작동을 멈춰야 사망선고가 내려지는데, 심장과 폐가 작동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모든 장기가 죽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망선고 이후에도 일부 기관과 세포들은 살아있기에 강제로 혈액순환과 호흡을 되살려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지연시킨다. 두 번째 단계는 혈액을 포함한 몸속 수분을 제거 후 동결 보호제를 주입한다. 체내 수분이 얼음이 되며 생기는 뾰족한 얼음 결정체들은 체내 세포와 조직들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결 보호제는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아줘서 투명한 유리처럼 얼리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혈액과 수분이 제거되고 동결 보호제가 주입된 시신은 서서히 온도를 낮추고 영하 196도에 이르면 특수 제작된 냉동 캡슐로 옮겨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이 과정에서 전신이 아닌 뇌만 냉동해달라고 신청한 회원도 꽤 있는데 이는 절차가 훨씬 빠르고 수월하며 어차피 해동 기술이 발견될 때쯤엔 신체 기능이 좋지 않을테니 차라리 새로운 인체를 갖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급속 냉동한 개구리가 미지근한 물에서 자연스럽게 해동되는 모습은 냉동인간을 소개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이는 초저온 액체질소를 통해, 냉동 시 우려되는 세포조직의 파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근거로 종종 제시된다. 무려 50년이나 액체질소 통에 보관된 오스트레일리아산 메리노 품종 양의 정자는 지금도 번식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2014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페이스북과 구글은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는 사내 복지 정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1990년대 말, 난자의 물을 제거하는 대신 고농도 동결 억제제를 넣은 액체질소를 이용하여 10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방법인 유리화 동결법으로 난자 생존율을 80~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난자 냉동이 시작됐으며, 2015년을 기점으로 의학적 목적의 난자 냉동과 구분되는 ‘사회적’ 난자 냉동이 본격화됐다.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실험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동 기술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신경 과학자이자 두뇌 보존 재단을 이끌고 있는 케네스 헤이워스 박사는 포유동물의 뇌로 실험을 해 본 결과, 냉동 과정에서 심한 뇌 손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치명적인 보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나노 로봇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해동 시 나노 로봇을 침투시켜 세포 하나하나를 치료하고, 가장 중요한 뇌 기능도 복구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까진 먼 미래의 기술에 불과하다.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하더라고 윤리적인 문제와 종교적인 문제 등도 있다. 최연소 냉동인간인 아인즈는 불교국가인 태국인으로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극심한 비난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적 의미로 봤을 때 아이를 감금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선택을 한 아인즈의 가족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착, 미련, 헛된 망상이라며 죽음을 순리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해동 기술이 완성되려면 최소한 100여 년의 시간은 필요할 텐데 그때 다시 살아난다면 이미 사망한 신분을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지, 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누가 도움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제도적 문제도 남아있다. 또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을 누가 관리하고 책임을 질 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 및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용적인 부담으로 이 냉동기술이 부자들만 누리는 특권이 된다면 지금보다 심각한 불평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고 나아가 사람을 죽이는 데에 죄책감이 덜 들 수도 있어 냉동기술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냉동기술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지만 불멸의 삶을 이끄는 냉동기술에 대한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앞둔 한 14세 영국 소녀는 무덤 대신 냉동 캡슐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며 부모를 상대를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또한 미국의 유명 건축가 발렌타인은 냉동인간 5만 명이 잠들 수 있는 세계 최대 불멸의 마을 프로젝트를 추친 중이기도 하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으로 냉동인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극지연구소에서는 2016년 12월 남극 킹조지 섬 세종 과학기지 인근 빙하 호수에서 이 물곰을 찾아냈고, 실험실에서 키워 2020년에는 번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물곰은 영하 273도, 영상 151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동물에게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 1000배에 달하는 양에 노출되어도 죽지 않는 우주 최강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는 이 물곰을 ‘닥틸로비오투스 오비뮤탄스'(Dactylobiotus Ovimutans)라고 이름을 붙였고, 극저온 환경에서 스스로 체내 수분을 완전히 빼낸다. 몸 안의 물기를 다 빼낸 상태이기 때문에 몸이 얼더라도 뾰족한 얼음 결정이 세포를 찌를 걱정이 없다. 그러다가 추위가 풀리면 다시 수분을 혼자 충전하고 촉촉한 피부로 깨어난다. 물곰의 안에는 ‘물곰 특이 단백질’이 있는데, 얼음 결정을 건너뛰어서 바로 고체화가 되는 유리화 단백질이다. 이는 수분이 나중에 보충되었을 때 세포를 주름 하나 없이 다시 펼칠 수 있게 한다. 이 특이 단백질을 사람도 갖게 된다면 냉· 해동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얼마 전, 냉동 시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단백질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간들은 수천 년간 불멸을 꿈꿔왔다. 이에 종교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영생을 위해 기도하고 신을 믿기도 하였다. 인간의 삶을 연장시키고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던 사람을 다시 볼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 희망적일 수 있다. 이에 냉동인간이 안락사나 매장방법과 같은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론 냉동기술이 불러올 여러 사회·윤리적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먼 훗날 인류의 냉동기술이 완성이 되어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면 여러 신기술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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