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요”…내년부터 아동·청소년도 ‘잊힐 권리’있다
부모가 인터넷에 게시하는 일명 셰어런팅은 아직
개인정보 보호 대상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
[위즈덤 아고라 / 손유진 기자] 정부는 내년부터 아동·청소년 본인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사진, 게시글 등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시 삭제 또는 블라인드(숨김 처리) 해주는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브리핑을 개최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아동·청소년이개인정보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을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에서 ‘주체’로 인식을 바꿔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게 할 것인지 정보의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이제 아동·청소년도 자신의 개인정보의 주인으로 개인정보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에 대한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지원 대상은 온라인 게시물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아동·청소년이며, 삭제 대상이 되는 게시물은 신청자 본인이 직접 게시한 글, 사진 동영상 등이다. 게시물 삭제를 위해서는 삭제 요청 사유와 게시물 링크 등과 함께 삭제 신청을 하고, 게시물 파악과 삭제 지원 여부가 결정되면 게시물은 삭제되거나 숨김 처리된다. 그리고 이후 모니터링이 실시되며, 신청자는 조치 결과를 고지받게 된다. 하지만 범죄 수사나 법원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거나, 법적 의무 준수를 위해 삭제가 어려운 상황에는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부모가 인터넷에 게시하는 일명 셰어런팅 등으로 논란이 된 제삼자가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게시한 게시물 등은 아직 삭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2024년까지 관련 법을 고쳐 본인뿐 아니라 친구나 부모 등이 올린 개인정보까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셰어런팅이란 자녀의 모든 일상을 SNS에 올리는 부모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스마트폰과 SNS 사용 증가로 시작된 현상이다.
잊힐 권리 시범사업 외에도 기존에는 만 14세 미만이었던 개인정보 보호 대상을 만 18세 미만 청소년까지 확대하며 연령대별로 보호 내용을 차등화하여 아동·청소년의 권리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그리고 법정대리인 동의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는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게 돼있는데, 이 때문에 법정대리인이 없는 아동의 경우 도서관 도서대출, EBS 회원가입 등 일상생활이 제한되었다. 이제는 이 동의제도를 개선하여, 법정대리인이 없는 아동의 경우 학교, 지자체, 위탁부모, 아동복지 실장 등의 실질적 보호자가 대신 동의할 수 있도록 바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개인정보 보호 교육내용을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추가하고, 게임이나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리더’, ‘대한민국 아동총회’, ‘개인정보 보호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정부는 보호자들을 대상으로도 셰어런팅의 위험성 등을 교육할 것이다.
정부는 아동·청소년이 개인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3대 분야인 게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교육에 대해서 분야별 보호 조치를 마련한다. 게임에서는 채팅을 할 때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 차단되도록 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인 PbD를 반영한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하여 청소년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인터넷 사용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교육에 대해서는 학원과 교습소를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처리 방침 표준안을 확산할 계획이다. 또한, 만 14세 미만 아동에 상업용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며, 불법거래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잊힐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7세 미만의 개인정보 삭제 요청권을 인정했고, 프랑스에서는 프라이버시법에 따라 자녀의 동의 없이 이미지를 공개할 경우 징역 1년 혹은 4만 500유로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개인정보법에 따라 자녀가 셰어런팅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