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의 달” 라마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음식물쓰레기 주범
어쩌다 종교적 금식 의무가 음식물 쓰레기의 주범이 되는 아이러니를 빚어낸 것인가?
[객원에디터 1기/ 김채현 기자] 금년 4월 12일에서 5월 12까지 이슬람 5대 종교적 의무중 하나인 ‘라마단 기간’으로 이슬람교도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간이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하며, 이때 이슬람 교전 ‘쿠란’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았다 전해진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에 이슬람교도 들은 모든 종류의 쾌락이나 욕구를 금기시하며 기부와 같은 자선을 행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는, 모든 마트, 백화점, 식당들이 낮에는 문을 닫고, 밤이 되면 하나둘씩 문을 여는 어색한 광경들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느지막한 저녁쯤에서야 클랙슨 소리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절대적인 이슬람 국가로서, 이곳에서는 ‘라마단’ 기간의 관례적인 특징들이 특히 뚜렷하게 부각된다. 라마단 기간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금식’으로, 이슬람 종교는 하루 5번의 기도 시간이 있는데, 첫 번째 기도부터 마지막 기도까지의 모든 시간 금식을 행하는 것이다. 이 시간은 대략 해뜨기 전 새벽부터 해가 진 후의 저녁까지를 의미한다. 마지막 기도가 끝난 후 다음날 첫 기도까지 그들만의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라마단 기간이 지속되는 약 한 달 동안, 새벽까지 호텔 뷔페와 음식점들은 사람들로 분주하고, 각 가정에서도 대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등 한 달 동안 매일같이 그들의 방식으로 라마단을 즐긴다. 비록 해가 떠 있을 때에는 금식을 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 결과로, 매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매우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된다. 2018년, 유엔 농업 기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1위’라고 보고하였다. 유엔에서는 ‘라마단 기간’이 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인구수 약 3,400만 대비 엄청난 수치라는 지적을 했다. 라마단 기간 중, 사람들은 낮의 금식 때문에 밤에 더욱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음식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열악한 음식물 처리 방식과 쓰레기 배출 방식이 크게 기여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나 대한민국과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재활용은 의무가 아닐뿐더러,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러한 시스템이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남은 음식물,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사탕 껍질과 같은 일반 쓰레기는 구분 없이 모두 한곳에 버려져서 수거된다. 많은 종류의 쓰레기 중, 음식물 쓰레기는 재활용 용도가 높은 편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의 경우, 음식물을 재활용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는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거나 거름으로 이용되는 등, 자원으로써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의 높은 재활용률을 고려하더라도, 그 처리 과정이나 자체로도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의 탄소 배출량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되는 과정이나 썩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많을수록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며, 대기 중 높은 탄소량은 온실효과를 생성하여 지구 온난화를 촉진시킨다. 반면에,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금식의 달’인 라마단 기간에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의 쓰레기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유럽 등의 국가들과 같은 가정에서의 의무적인 재활용 배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때때로 음식물 쓰레기는 화학 쓰레기들과는 달리 환경오염 기여도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하지만 매년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