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주스 100%면 건강도 100점?…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건강 주스
과일 주스로 인한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과 사망률, 체중 증가
[객원 에디터 7기 / 원채호 기자] 건강 관리에 몰입하는 ‘헬스디깅(health digging)’ 트렌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강관리를 즐겁게 한다는 의미의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유행하면서 지속가능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는데, 그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과일 주스다. 2023년 유튜브 등에서 CCA(당근⋅양배추⋅사과) 주스가 인기를 끌면서 매일 아침 생과일을 갈아 마시는 유행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생과일주스가 건강에 좋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어린이들이 100% 과일 주스를 하루에 한 번 마셨을 때 체질량지수(BMI)가 0.03씩 증가하였다. BMI는 체중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성인들 또한 매일 100% 생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스의 열량이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외에도 과일 주스를 마실 때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우선, 과일 주스 섭취는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미국 심장학회지에 따르면 매일 설탕이 들어간 과일 주스를 마신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 보다 심혈관질환이 42% 높았다. 과일 100%’라고 쓰여 있는 과일 주스도 대부분 제조 과정에 물, 설탕, 향료를 넣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 너필드 의대 연구팀은 탄수화물·유리당 섭취량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에 대해 조사하였다. 유리당은 자연적인 당인데 과도한 유리당 섭취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2번 이상 식이 문제 평가를 받는 참가자들을 약 9.4년 간 관찰하고 주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섭취한 음식과 영양소를 조사했다. 이들 중 다수가 심혈관질환 진단을 받았다. 실험 결과, 과일 주스를 통해 섭취한 유리당이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했다. 유리당이 5%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7% 높아졌다.
또한 과일 주스 섭취는 사망 위험을 높인다. 미국 에모리대와 코넬대 등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71%가 비만이나 과체중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탕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조사하였다. 참가자들 중 다수가 관상동맥성심질환으로 사망하였다. 연구 결과, 하루 열량의 10% 이상을 과일주스 같은 설탕이 함유된 음료로 섭취한 사람은 5% 이하로 섭취한 사람보다 관상동맥성심질환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44% 더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일 주스에 들어있는 과당이 인슐린의 저항성을 높이고, 복부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을 자극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당뇨병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낮은 포만감과 높은 열량 탓에 과도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 바산티 말릭 교수팀은 100% 과일주스 섭취와 체중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였다. 연구팀은 최소 2 주 이상 동안 과일 주스 섭취와 열량 없는 음료 섭취를 비교한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어린이 대상 연구 분석에서 100% 과일주스 섭취와 어린이 체중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100% 과일주스를 마시는 횟수가 한 번 늘어날 때 체질량지수(BMI)가 0.03씩 증가하였다. BMI는 정상체중·과체중·비만 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성인 대상 연구에서도 100% 과일 주스를 매일 마시는 것이 체중 증가와 관련성이 있었다.
첨가당을 확인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과일 주스는 특히 더 위험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3%가 과일 주스에 당이 첨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2명 중 1명은 첨가당 함량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직 52.2%만 첨가당 함량을 확인했다. 건강해지기 위해 과일 주스를 마셨는데, 오히려 과일 주스가 독이 된 경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과일 주스를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을까?
과일 주스는 직접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껍질도 함께 간다면 더욱 좋다. 껍질의 식이 섬유가 혈당 수치를 천천히 올려 인슐린 분비의 영향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은 하루 과일 주스 섭취량을 150mL로 권장하고 있으며,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 자체에도 충분한 과당이 들어있기 때문에 시럽 같은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마시는 게 가장 좋다”며 “너무 많은 양을 마시지 말고 주스 한 컵 분량인 1~2개 정도를 갈아서 섭취하라”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