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을 막는 신경세포의 발견, 포만감의 비밀 밝혀
고립로핵 꼬리(cNTS)에 있는 PRLH 세포와 GCG 세포가 활성화되어
섭식 장애 치료에 새로운 방법
[객원 에디터 6기 / 이채은 기자] 포만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연구팀 연구원 쯔엉 리는 과식을 막는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신경 세포 때문이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섭식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쯔엉 리는 고립로핵 꼬리(cNTS)라고 불리는 뇌 영역에 있는 특정한 세포가 식사 중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했다. 이전에도 고립로핵 꼬리에 관한 연구로 고립로핵 꼬리에 있는 PRLH 세포와 GCG 세포가 음식 섭취 중단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확인되었다. 다만 이전 연구에서는 마취한 동물의 위 속을 공기를 넣거나 음식을 주입해 강압적으로 배를 채운 후 관찰한 결과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쥐가 깨어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는 과정을 유도해 뇌의 신경 세포 신호를 관찰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PRLH 신경 세포는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연구에서는 음식이 존재할 때도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지방, 설탕,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와 물을 쥐에게 먹이자 물이 아닌 나머지 세 물질이 입에 들어왔을 때에도 PRLH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었다. 정상적인 미각이 없는 쥐에게서는 활동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PRLH 세포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조절하기보다는 얼마나 빨리 먹는지를 조절하는 역할이라고 보았다. 물을 제외한 물질에 대해서는 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GCG 신경 세포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생성한다. 이 호르몬은 유사 다이어트 식욕억제제에서 많이 보이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쥐가 음식을 먹기 시작한 후에 GCG 세포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신경 세포들은 쥐의 위가 얼마나 확장되었는지를 감지해 음식 섭취가 얼마나 시작되었는지 추적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자극했을 때도 음식을 섭취했다고 판단하며 활성화되지만, 실제 음식을 섭취했을 때보다 적게 먹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연구팀은 GCG 세포와 PRLH 세포는 각자 다른 척도로 배가 부르다고 판단하며 섭식 행동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는 마취한 쥐의 배를 강압적으로 채우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쥐가 깨어있을 때 자발적으로 음식을 섭취했을 때의 신경 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섭식 장애나 폭식 등에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온다.
하지만 연구에서 의아한 점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신경학과 교수 사이먼 럭맨은 PRLH 세포가 왜 지방이나 설탕처럼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왔을 때 먹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지 의아하다고 사이언스지를 통해 밝혔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왔을 때 더 빨리 먹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힐 수 없었지만 연구팀은 맛있는 음식이 들어왔을 때 뇌는 더 많이 먹을 것이라는 신호를 감지하고 먹는 속도와 양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충 설명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이 두 세포 외에도 뇌에 있는 여러 세포가 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리라 추정하고 있다. cNTS에는 약 20가지의 세포가 존재하지만 아직 이들 중 대부분은 역할이 정의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다른 세포들의 신경 활동도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