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종마다 왜 다 다른 독특한 행동을 할까?
개 게놈 연구
개 품종에 숨겨진 특성의 과학
[객원 에디터 4기 / 황시후 기자] “진도개(표준어는 진돗개, 진도군의 진돗개에 한해서만 진도개라는 명칭을 사용)는 충성심이 강하고 책임감이 있다” “보더콜리는 양몰이를 잘하고 활동적이다” “말티즈는 사납고 많이 짖는다”
강아지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들은 위처럼 견종마다 다른 특성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한 직접 반려견을 기르며 이러한 특성들이 목격되는 경우도 있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특성들은 꽤 믿을만하다. 이유는 개들의 유전자에 다양한 행동과 특성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 인간 게놈 연구(NHGRI)의 개 게놈 프로젝트(Dog Genome Project) 연구진은 개의 특징적인 행동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분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개 품종은 행동적 특성뿐만이 아니라 외적, 형태적 특성으로도 분류되기 때문에 유전자를 기반으로 특성을 기준 삼아 품종을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개들이 특정 과업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행동의 유전자를 찾기 위해 4천 마리 이상의 순종, 혼혈, 준야생 및 야생 개로부터 ‘전체 게놈 데이터’를 수집했고, 4만 6천 건 이상의 ‘행동 조사 데이터’를 채집하면서 품종과 품종을 정의하는 행동 간의 관계 규명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를 일컫는 말로 유전 물질인 DNA의 집합체를 뜻하며, 이것이 생명현상을 결정짓기 때문에 흔히 ‘생물의 설계도’ 또는 ‘생명의 책’이라 불린다. 전문가들은 게놈 지도가 모두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인류의 영원한 숙제였던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 가능해져 생명공학, 제약 산업 등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 품종은 주요 켄넬클럽(Kennel Club)과 애견연맹의 기준으로 분류된다. 각국의 조사 범위와 주요 기관의 표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350여 종의 품종이 알려져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품종별 크기와 겉모습 차이에 대한 유전적 기초에 관한 지난 연구결과 및 사냥, 목축, 보호 등 특화된 행동의 토대로 해독되었다. 또한 NHGRI 연구진이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뇌에서 뉴런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여러 품종에서 변이가 일어났으며 특히 목양견 혈통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혈통이 테리어, 썰매개, 양치기개 등 8개의 행동 그룹으로 분류가 가능해지면서 목양견과 경비견을 다르게 만드는 게놈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했다.
NHGRI의 일레인 오스트랜더 선임연구원은 개를 연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즉슨, 개의 다양한 품종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면 ‘모든 종, 모든 동물의 다양성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 게놈의 행동 영역에 해당하는 인간 게놈 위치의 유전적 변형을 밝혀내면, 사람의 행동과 정신에 관한 유전적 토대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게놈 연구를 통해 질병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