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연기 속을 뚫고… 하노이가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해 꺼내 든 대책

[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회색 감옥’으로 변하고 있다. 아침마다 호안끼엠 호수를 가로지르는 안개는 낭만이 아닌 독성 미세먼지의 역습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안전 수치를 수시로 넘나드는 하노이의 공기질은 이제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하노이의 대기오염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 가속도와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중반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본격화한 도시화와 산업화가 그 출발점이다. 인구 밀집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2010년대에 들어서며 1인 1 오토바이 시대가 열리면서 공기는 급격히 탁해졌다. 특히 지난 수년간 하노이는 IQAir 등 글로벌 대기질 조사 기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공기질이 나쁜 도시’ 상위권에 빈번히 이름을 올리며 그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하노이 대기오염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구조적이다. 우선 하노이 시내를 가득 메운 약 700만 대의 오토바이 중 상당수는 유로(Euro) 배출가스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 차량이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는 대기 오염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지리적·기상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겨울철(10월~3월) 하노이는 기온 역전 현상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지표면 근처에 갇히는 대기 정체 현상이 심화한다. 여기에 인근 지방의 농업 부산물 소각 연기가 북동풍을 타고 도심으로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를 폭발적으로 높인다. 또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석탄 화력 발전소와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는 하노이의 하늘을 연중 상시적인 뿌연 상태로 유지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시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례 없는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배출 구역(Low-Emission Zones)’ 도입이다. 하노이 시는 2024년 통과된 수도법에 근거하여, 2026년부터 도심 핵심 지역인 1 순환 도로 내부에 노후 오토바이 진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2030년에는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또한 2026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규 이륜차에 대해 Euro 4 이상의 배출 표준 적용을 의무화하고, 전기차 및 전기 버스 도입 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모빌리티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대기질 측정망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충하여 오염원을 실시간 추적하고, 배출 기준을 위반하는 공장에 대해 즉각적인 폐쇄 조처를 내리는 등 법적 처벌 수위도 대폭 높였다.

정부의 규제만큼이나 시민들의 일상도 바뀌고 있다. 하노이 시민들에게 대기질 측정 앱 확인은 날씨 확인보다 더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고성능 N95 마스크는 패션을 넘어선 생존 필수품이 되었으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보급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린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 부의 상징이었던 대형 오토바이 대신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볏짚 태우기 금지’와 ‘나무 심기’ 캠페인을 주도하며 정부에 더 강력한 환경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자발적인 인식 변화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하노이가 다시 ‘녹색 수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규제를 넘어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우선 대기오염은 행정 구역을 따지지 않기에 하노이 주변 하이퐁, 박닌 등 산업 벨트와 연계된 광역 대기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오토바이 제한에 앞서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과 버스 연계망 등 대중교통 인프라의 획기적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데이터 공개는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더 나아가 하노이는 단순히 오염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에코 시티’로의 대전환을 꿈꿔야 한다. 도시 설계 단계부터 바람길을 고려한 건축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도심 곳곳에 수직 정원과 대규모 녹지 축을 조성하여 도시 스스로가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AI 기반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교통 체증으로 인한 불필요한 배출을 최소화하고, 모든 공공 운송 수단을 100% 신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미래형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환경을 단순한 규제의 대상이 아닌 ‘공유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민 사회의 성숙한 연대가 자리한다. 하노이의 대기오염은 단기간에 해결될 숙제가 아니다. 하지만 2026년을 기점으로 시행되는 강력한 법적 규제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환경 경영, 그리고 시민들의 환경 의식 성장이 맞물린다면 하노이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모델이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하노이의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푸른 하늘이 일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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