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n’t need men!” 확산되는 구호, 페미니즘의 방향은 어디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최서연 기자] 페미니즘(Feminism)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와 존엄을 가져야 한다는 성평등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 기원은 18세기, 여성 역시 교육과 시민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페미니즘은 오랜 시간 동안 남존여비, 직장 내 성차별, 법·제도적 불평등 등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에 맞서 싸워온 중요한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말이 긍정적인 공감보다는 논쟁과 반감을 불러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일부 극단적인 주장들이 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We don’t need men(우리는 남자가 필요 없다)”이라는 구호는 페미니즘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평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특정 성별을 배제하거나 일반화하는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5년 한 남성이 연인에게 폭력을 당한 흔적을 보여주는 영상을 틱톡에 게시한 사건이 있었다. 영상에는 피해 사실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네가 뭔가 잘못했을 것”, “이유 없이 그랬을 리 없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이 정당화되는 듯한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폭력의 본질을 성별로 단순화하며,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공감의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를 보여준다.

물론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성폭력과 차별, 사회적 억압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집단적 기억이 오늘날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은 성별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피해자는 누구든 보호받아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하려는 인식은 성평등이 추구해 온 가치와도 어긋난다.

비슷한 맥락에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헬스장 논란’도 화제가 됐다. 공공 공간에서의 복장과 시선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사례가 과도하게 일반화되며 성별 간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논란은 일상적인 공간마저 갈등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도와주려다 오해를 살까 두렵다”는 남성들의 경험담이나 이를 풍자한 영상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My body, my choice(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구호도 자주 등장한다. 자기결정권은 분명 존중받아야 할 가치이지만, 일부에서는 이 표현이 타인에 대한 책임이나 공공성에 대한 논의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성인 콘텐츠 플랫폼 이용자가 증가하는 현상과 맞물려, 자기표현과 자기 대상화의 경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Medium의 기자 타티아나 바리오스는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사회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남성의 배제가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 don’t need men”이라는 구호가 확산되며 성평등 담론이 갈등의 언어로 소비되는 현실은 문제로 남는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이 모든 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페미니스트들은 성별 간 배제가 아닌 공존과 동등함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극단적 주장들이 온라인에서 크게 확산되며 페미니즘 전체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상황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성평등은 어느 한쪽을 배제함으로써 완성될 수 없다. 페미니즘이 지향해 온 가치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성별을 넘어선 상호 존중과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구호가 아니라 갈등을 줄이고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성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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