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Vote: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내일

< 사진: Lockerby Weekly newsletter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이은율 기자] 우리는 왜 투표를 배워야 할까? 캐나다의 수천 개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된 ‘Student Vote Canada’. 우리 학교도 그중 하나였다. 진짜 선거처럼 후보자 정보지를 읽고, 투표소 앞에서 줄을 서고, 비밀리에 한 표를 던졌다. 평소엔 ‘정치’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 과정을 통해 “내 의견도 의미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숙제를 하는 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직접 고민해 보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것이다. ‘Student Vote’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평소에는 ‘정치’라는 주제가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참여해 보면, 정치가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투표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관련 뉴스를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또래 친구들과 후보자나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정치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로는 가족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차분히 말할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대화가 오간다. 우리 학교에서도 “오늘 누구 뽑을 거야?”라는 질문이 수업을 넘어서 집까지 이어졌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단순한 투표 체험이 아니라, 이 경험이 진짜 사회 참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맥마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의 정치학(Political Science) 연구에 따르면, ‘Student Vote’에 참여한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 실제 투표율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미래 유권자로서의 책임감을 키우는 교육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Student Vote’의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청소년들의 판단력과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우리 학교에서 직접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몇몇 학교에서는 후보자들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다. 이런 경험은 학생들에게 “내가 던지는 질문이 실제 정치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는 현실적인 감각을 심어준다. 단지 글이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정치가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시민의식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또한 많은 학생들은 정보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정당의 정책을 스스로 분석하고 비교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 나갔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정치는 어렵고 멀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며, 학생들은 배움의 대상일 뿐 아니라 사회의 정치적 소비자이자 참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성장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앞으로 유권자로서 어떤 태도를 가질지에 큰 영향을 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정치가, 점차 ‘내 삶과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온다. 투표를 직접 해보며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친구들도 많았다. 정치는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 곧 우리가 책임질 미래이기도 하다. 

‘Student Vote’는 바로 그 책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배우고, ‘정치적 무관심 세대’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세대’로 자라날 수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키워주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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