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 우리 안에 있는 아큐의 정신 승리법
by Seoyun Jeon (GWA Grade 9)
루쉰의 ‘아큐정전’은 20세기 초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당시 위기를 자초한 중국 내 모순과 중국인의 잘못된 생각을 깨뜨리기 위해 쓴 계몽 소설이다. 주인공 아큐는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며 자신의 겉만 포장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노예근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으며 망상에 지나지 않는 ‘정신승리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정신승리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큐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직업도 없이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의 이름도, 출신도, 이전 행적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면 그저 자신이 그들보다 훨씬 더 잘 살았다며 눈을 부릅뜨며 말할 뿐이었다. 그의 이름도 ‘아’자 외에는 아이꾸인지 아꾸이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저 그렇게 불렸다. 그는 무척 자존심이 세고 자기중심적이었으며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내비치는 이른바 강약약강의 비겁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콤플렉스이자 스트레스인 머리에 있는 부스럼에 대해 사람들이 ‘빛,’ ‘촛불’ 등과 같은 말만 해도 화를 냈고, 싸울 때마다 약한 체력 때문에 얻어맞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큐는 상대를 대충 가늠하여 화를 내곤 했는데 상대의 말이 어눌하거나 몸집이 왜소해 보이면 욕을 퍼붓고 두들겨 패기도 했다. 하지만 동네 자오영감이나 건달들이 이런 말을 했을 때는 기껏해야 눈을 부릅뜨는 것뿐이었다. 그는 자신들보다 약한 여자를 희롱하기도 했으며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몸을 조아렸다.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과 싸워 맞았을 때는 자신을 벌레라고까지 낮추며 벌레를 때린 인간이 미련한 것이라며 정신 승리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심지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마저도 어떻게 해야 자신이 멋지게 죽을 지 생각하기에 급급하여 제대로 된 자기변호를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당시 중국인들의 정신승리법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아큐는 당시 중국인들을 표현한 인물이다. 아큐는 자기중심적이며 노예근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당시 중국인의 상류층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들에게는 저항하지 못하고 하류층은 억압했다. 그리고 중국의 하류층은 상류층에게 받은 것들을 저항하지 못해 더 낮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와 같이 당시 중국인들은 정신승리법을 통해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아큐와 같이 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금도 그렇듯이 중화사상은 많은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중화사상이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고 중국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다른 문화들은 배척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는 자신을 제일이라 여기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했던 아큐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아큐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데에 으뜸이라 하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돌아보지 않았고,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으뜸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며 정신승리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정신승리법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아큐는 우리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보면 쉽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렵다 해도 SNS에 자신이 초라한 옷을 입고 있거나 좋은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서 만족하고, 허상에 빠져서 사는 모습은 아큐식 정신승리와 유사하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신승리의 또 다른 예는 학교에서 볼 수 있다. 간혹 시험을 잘 보지 못하고도 자신은 본래 뛰어나지만 이번에 공부할 시간이나 기회 등이 많이 없어서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며 정신승리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도한 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고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예쁘거나 잘생겼다고 했을 때 만족하는 것도 정신승리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할 때가 많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큐들이 더 생겨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음식들을 먹을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만약 SNS만 보고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게시물을 게시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아큐들이 계속 생겨났을까. 또한 시험 결과만 보고 학생들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우리 사회의 이런 편견들 때문에 오늘날의 아큐들이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은 시대가 지나도 쉽게 변하지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SNS들이 더욱더 활성화 되어가고 있어 이런 것들을 끊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성공은 아프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변화하고 발전하여야 한다. 그러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