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ovel] – 당신의 삶은 달과 6펜스 어디쯤에 있나요. 소설 ‘달과 6펜스’를 읽고

Illustration by Yunji Kim (NAS Dubai Y11)

by Yoeeun Lee (NLCS Dubai Grade 9)

예술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미(美)를 표현하고 창조해내는 인간의 행위, 주로 문학, 음악, 미술 등을 말한다. 하지만 예술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뜻하는지, 예술 작품을 창작한 본인에게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사람들마다 아름다움, 즉 미(美)의 기준은 각각 다르며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 또는 자신의 성격에 따라 예술에 대한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주인공 찰스는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다가 마흔 살이 넘어 예술을 추구했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예술을 추구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이 만족할 만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찰스의 삶을 통해 ‘달과 6펜스’는 예술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은 ‘나’라는 화자가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화자가 찰스의 아내인 에이미 스트릭랜드를 만났을 때, 찰스는 그 당시에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었던 증권 중개인이었다. 에이미 스트릭랜드는 전형적인 상류층 부인들의 모습이었고, 스트릭랜드 가정은 안락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어느 날 찰스는 에이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를 놔두고 떠나버렸다. 찰스는 에이미가 이 편지를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신이 파리에 있을 것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떠났다. 화자가 에이미의 부탁으로 찰스를 만나러 갔을 때, 찰스가 젊은 여인과 바람이 났을 거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허름한 집에서 예술에 몰두한 채 살고 있었다. 이후 찰스가 고열로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는데 화자와 알고 지내던 더크 스트로브가 찰스를 정성으로 간병했다. 하지만, 더크 스트로브의 아내인 블란치 스트로브는 찰스를 사랑했고 결국 더크를 떠나버렸다. 두 사람은 행복한듯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란치 스트로브는 자신이 찰스를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에 맹목적이지 않은 찰스와 지내다가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찰스는 블란치의 사랑을 거절할 이유가 없어 그녀와 살았고, 자신의 그림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더크는 블란치의 죽음이 찰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찰스의 그림을 망치려고 했지만, 그의 그림을 보자 천재성에 놀라 결국 그림을 망치지도 못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이후 타히티 섬에서 아타라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문둥병에 걸려 삶을 마감했다. 찰스는 죽기 전 오두막 벽면에 자신의 인생을 쏟아부은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냈지만, 찰스는 아타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작품들을 불태워달라고 부탁했고, 아타는 그런 부탁을 들어줬다. 찰스의 그림들을 팔면 남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었겠지만, 아타는 물질과 돈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사회 통념상 도덕적으로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렸고, 자신을 도와준 친구의 아내를 탐했으며,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찰스 스트릭랜드는 남들이라면 버리지 못할 것들을 버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인물이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원하지도 않던 증권 중개인을 20년 동안 하면서 에이미와 자녀들을 위해 일했다. 심지어 찰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집에 놔두고 갔고, 자신은 돈도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그림을 그리며 힘들게 살았다. 소설 초반에 찰스의 아내였던 에이미 스트릭랜드는 찰스는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인물이라고 말하지만, 그랬던 이유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이미는 언뜻 보면 남편을 무척이나 사랑한 것 같지만 찰스가 예술에 빠져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찰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에이미는 애초에 찰스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기보다 그저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남들에게 그럴싸한 가정으로 보이기 위해 남편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에이미는 수십 년을 함께 살면서 찰스가 원하는 것을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소설의 마지막에 찰스의 모조품을 집에 걸어놓고, 자신이 천재 화가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뿌듯해했다. 화자가 찰스에게 왜 현실적으로 화가가 되기 힘든지 설명했을 때, 찰스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오.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라고 말했다. 찰스에게 예술이란 자신의 모든 것이었고, 완벽한 예술을 찾기 위한 사명감이 강했다. 블란치 스트로브의 사건에서도 찰스는 블란치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은 블란치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블란치는 찰스의 인생관과는 너무 다른 요구를 해서 결국 서로 틀어지고 말았다. 이후 타히티에서 만난 아타는 속세에서 벗어난, 찰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던 사람이었다. 찰스의 주변인들 중 대부분은 현실을 위해 살아갔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던 일을 꿋꿋이 한 찰스는 위대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이라는 화가의 모티브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폴 고갱도 증권거래인이었고, 화가가 되었지만, 찰스와는 달리 고갱은 자의적으로 화가가 된 것이 아니라 주식 시장이 실패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인물이었다. 찰스는 자신이 직접 가족을 떠났지만, 폴 고갱의 경우는 현실적인 이유로 부인이 자식들을 데리고 떠났다. 찰스와 폴 고갱이 비슷했던 점은, 둘 다 타히티 섬에서 그림을 그렸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작가인 서머싯 몸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현실에서 모든 사람은 꿈과 이상이 있고,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의 목표이다. 모두 어렸을 때는 꿈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초반에 찰스의 모습처럼 몇 년 동안 원하지도 않은 일을 계속하기도 한다. 사회는 몇 평의 집, 안락한 가정, 괜찮은 취미… 등, 즉 물질적인 면모만 따져서 사람의 성공을 판단한다. 하지만, 찰스는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인생을 산 인물이었다.

달과 6펜스에서 달은 이상, 찰스에게는 그의 예술적인 세상이다. 하지만, 6펜스는 현실, 세속을 뜻한다. 사람들은 달이나 6펜스의 세계를 택함으로써, 성공의 기준이 달라진다. 모든 사람들은 동일하게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고,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건 동일하다. 달의 세계를 택하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시간 동안 행복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주된 바람일 것이다. 만약 찰스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등장인물들도 위대하다고 할 수 없다. 에이미 스트릭랜드는 완벽한 6펜스의 사람이었고, 보이는 것만 중요시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자녀들이 좋은 대학을 갔다는 것에만 중점을 둔 에이미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의 끝에 가장 불행했을 사람은 인간관계의 신뢰를 얻지 못한 에이미였을 것이다. 화자도 현실적인 사람으로서 6펜스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고, 더크 스트로브도 돈이 중요한 6펜스의 사람이지만, 예술적인 가치도 인정했던 사람으로서 두 개의 세계를 추구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찰스는 사회도덕적으로 부적절한 사람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찰스는 블란치의 죽음에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며, 더크의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었고 이기적으로 살았다. 달의 세계를 더욱 추구했던 찰스의 삶을 통해 이상적인 삶과 현실적인 삶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달과 6펜스는 서술한다.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 둘 중 더 나은 세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기만의 기준을 살고, 남의 시선은 많이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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