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정말 믿어도 될까?
일본 고등학생의 관점으로 본 MBTI
[객원 에디터 7기 | 원채호 기자] 지난 1월, 한국의 한 카페 채용 공고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해당 카페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보고 지원자를 선발한다며, INFP, INTP, INTJ, ENTJ, ESFJ는 지원할 수 없다고 공고했다. 또한 한국의 한 스타트업은 온라인 채용사이트에 ‘인프피(INFP)’는 지원하지 말라’는 공고문을 게재했고, 한 은행은 지원자들에게 “당신의 MBTI 유형이 무엇인가’, “어떤 직무를 당신이 하고 싶다면, 어떤 MBTI 유형을 가져야 하는가’ 등을 질문하기도 했다.
MBTI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MZ세대들에게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MBTI 검사는 어느새 매년 200만 명 이상이 검사를 받을 만큼 규모가 커졌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MBTI 관련 유행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BTI를 유사 과학의 일환으로 보며, 맹신할 만한 지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째서 MBTI 검사를 신뢰하는 것일까?
MBTI의 신뢰성에 관하여 일본에 사는 한국 고등학생들을 인터뷰해 보았다. 10대 학생들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MBTI를 어떻게 활용하고, 정말로 신뢰하는지 등 MBTI에 대한 MZ세대들의 인식을 심층적으로 알아보았다.
Q. MBTI, 왜 믿나요?
전 모 학생 (16, 여): 혈액형이랑 별자리는 성격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여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MBTI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기 때문에 믿어요.
성 모 학생 (16, 남): 실제 분석 결과를 보니 나의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믿고 있습니다.
Q. MBTI를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 모 학생 (16. 여): 친구인 홍 모 학생(16, 여)의 영향을 받아서 접하게 되었어요.
성 모 학생 (16, 남): 작년부터 친구들이 (검사를) 하기 시작하더니 한국에서 엄청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저도 해보았습니다.
Q. MBTI를 실생활에 적용한 경우가 있나요?
전 모 학생 (16, 여): 사람들 볼 때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정도만 적용시켰어요. 뭔가 그런 거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성 모 학생 (16, 남): 자기소개를 할 때 MBTI로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상대방의 MBTI를 알면 그 사람의 특성도 얼추 알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실제로 MBTI는 자기소개를 할 때 한 번은 언급되는 이야깃거리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상대방을 성격을 유추할 때 주로 쓰인다. 과거 4개의 혈액형 등의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하던 것과 달리, MBTI는 16가지나 되는 선택지를 갖췄다는 점에서 남과 다른 ‘개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나 애인을 사귈 때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MBTI는 더 나아가 지난 한국 대선에서 후보자들의 MBTI가 화제가 되는 등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어릴 때도 MBTI같이 비슷하게 믿은 성격을 알려주는 무언가를 믿은 적이 있나요?
전 모 학생 (16, 여): 없어요.
성 모 학생 (16, 남): 믿은 적은 없는데 친구들이 자주 했던 것은 혈액형으로 성격 등을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Q. MBTI 검사를 전문가에게 한 건가요, 아니면 인터넷으로 혼자 검사한 건가요?
전 모 학생 (16, 여): Personality 16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혼자 검사해 보았어요.
성 모 학생 (16, 남): 인터넷에서 혼자 검색해서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인터넷에 MBTI를 검색하면 수많은 무료 간이 검사를 발견할 수 있다. 무료 간이 검사와 정식 MBTI 검사는 문항 수와 선택지의 특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무료 간이 검사는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나 정식 MBTI 검사는 두 개의 응답 중 하나를 택하게 하므로 반응에 대한 패턴이 다르다”며 “문항 수가 다를 뿐 아니라 겹치는 문항도 없으므로 동일한 검사라 보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서울시립대학 인권센터 심리상담실 송보영 상담사는 “무료 간이 검사를 받고 인권센터 심리상담실에서 정식 검사를 다시 받는 내담자 중 30~40퍼센트가 무료 간이 검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Q. 자신이 정말 그 MBTI 설명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전 모 학생 (16, 여):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부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이 반반이고 감성과 이성도 반반으로 검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성 모 학생 (16, 남): 저는 부합하다고 생각합니다. MBTI 알파벳의 하나하나가 다 저의 특성과 비슷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Q. MBTI 궁합이 정말로 잘 맞는 것 같나요?
전 모 학생 (16, 여):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성 모 학생 (16, 남):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궁합이 잘 맞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 달린 것 같습니다.
Q. MBTI가 채용기준처럼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 모 학생 (16, 여): MBTI가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성격을 16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을 안 해요. 4가지 종류 이외에도 성격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 모 학생 (16, 남): MBTI를 자기소개 등에는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MBTI가 그 사람을 100% 측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Q. MBTI는 지나친 일반화라 생각하나요, 또는 과학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나요?
전 모 학생 (16, 여): MBTI는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믿는 것 같아요.
성 모 학생 (16, 남): 나는 MBTI가 일반화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은 못하는 측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MBTI가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전 모 학생 (16, 여): MBTI의 긍정적인 면으로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 주제로 쓰기에는 좋아서 재미로는 좋아요. 하지만 부정적인 면에서 지나치게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요.
성 모 학생 (16, 남): 긍정적 영향은 바로 그 사람을 대충이라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자기소개 때 자기의 MBTI를 소개하면 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정적 영향은 MBTI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BTI는 하나의 지표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지나치게 믿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MZ 세대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서로의 유형을 물으며, 결과를 공유하고, 재미있는 관련 콘텐츠를 만들며 끊임없이 소통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MBTI를 사용한다.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툼을 방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MBTI는 훌륭한 대화 수단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원활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서로를 만나는 사람의 경우, 서로 MBTI를 묻고 답하며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연인이나 친구, 일자리를 찾는 데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많은 조사와 연구 끝에, 검사의 정확성과 효용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BTI 검사 결과에 일관성이 없고 다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성격을 몇 개의 틀 안에 가둔다고 판단하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