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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편의점,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의 일상

베트남과 몽골을 사로잡은 떡볶이와 김밥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 BGF 리테일 제공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K열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요즘,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편의점들이 해외 진출을 하며 전 아시아에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 수년 전 일본의 편의점을 따라 하기 일쑤였던 한국 편의점 시장의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1989년, 한국은 서울에 첫 번째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개점했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CU와 GS25 등 한국 편의점의 해외 점포 수가 무려 1000호를 넘어섰다. 

해외에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진 한국 편의점은 GS25와 CU다. 2025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는 베트남 342개, 몽골 267개를 합쳐 총 609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몽골 432개, 말레이시아 147개, 카자흐스탄 18개 등 점포가 총 597개다. 

이 두 브랜드는 주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주요 지역으로 삼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들은 기존에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의 식료품점이 부족해, 북미나 유럽보다 한국 편의점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특히 몽골에서는 CU와 GS25가 합쳐 7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편의점 중 90% 이상을 한국 편의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K편의점’은 현지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여, 현지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GS25는 현지의 길거리 음식 문화에 맞춰 베트남식 호빵인 ‘반바오’와 간편 도시락, 떡볶이, 김밥 등 한국식 조리식품을 주요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CU는 몽골에서 현지식인 ‘보즈’와 ‘효쇼르’ 같은 몽골 전통 음식을 편의점 상품으로 개발하였다. 이와 같은 현지화 전략으로 GS25는 추가 사업 자금을 확보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베트남 GS25가 한국 먹거리를 현지 식문화와 잘 결합시킨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편의점 상품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GS25의 PB 상품인 오모리김치찌개 라면은 해외 매장에서도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다.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는 갓 내린 커피인 CU의 ‘GET 커피’이다. 이 커피는 점포당 하루 200잔 이상 팔리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양의 10배가 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말레이시아에서는 떡볶이가 CU 편의점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하루 4000컵씩 팔리고 있다. 그 외에도 전주비빔 삼각김밥, 김치참치 김밥, 서울식 소불고기 도시락, 인기가요 샌드위치 등 기존 한국 편의점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편의점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이 해외 매장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BGF리테일 측은 “국내 중소기업 40여 곳이 만드는 ‘HEYROO(헤이루)’ PB 상품이 해외 CU에서도 많이 팔려 꾸준히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외로 진출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K편의점들이 “편의점 강국” 일본의 편의점을 넘어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편의점 수는 2018년 3만 8451개에서 2023년 5만 5580개로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일본의 편의점은 5만 5887개를 기록한 뒤 매달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편의점 시장에서는 일본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benchmarking, 다른 기업의 우수한 방식을 참고하여 성과를 향상하기 위한 분석 및 평가 과정)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GS25 관계자는 “상품기획자팀은 월 1회 해외 출장을 떠난다. 수년 전까지는 그 출장지의 90%가 일본이었지만, 이제 편의점 상품 기획자들은 일본 출장 대신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고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 상품을 기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편의점들이 일본의 편의점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획력’ 덕분이다. 다양한 신상품과 판매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고 있으며, 골드바, 자동차, 안마의자 등 편의점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색 상품들을 판매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S25는 한 해에 출시하는 신제품만 1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비결은 ‘재밌는 쉼터 전략’이다. CU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들은 상품의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좁은 공간에 더 재미있고 혁신적인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 연출에 더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본 편의점은 주로 고객이 물건을 사고 바로 나가는 곳이라면, 한국의 편의점은 오랜 시간 머물며 음식을 먹고 쉬다가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도 각광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단순히 물품을 파는 상점을 넘어 재밌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K편의점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의 나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K편의점이 다양한 문화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며, 한국의 전통과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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