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에디터 8기 / 우동훈 기자]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는 밴스 부통령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외교 전략을 추구하는 인물임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회담 초반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었으나, 밴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칭찬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급변했다. 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 나라가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외교”를 논의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발하며 “JD, 당신이 말하는 외교란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적 태도를 강조하며 기존의 외교적 시도가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존경하는 대통령님, 미국 언론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이를 논쟁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했다.
밴스 부통령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공화당 내 강한 지지를 받았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JD 밴스가 우리나라를 옹호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평가했으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뉴욕의 마이크 로울러 하원의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지지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더욱 감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나라는 큰 문제에 처해 있다. 당신은 이기고 있지 않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한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양국 간 희토류 광물 협정 서명이 무산되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된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조기 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평화를 위해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회담뿐만 아니라 최근 뮌헨 안보회의에서도 유럽 국가들의 표현의 자유 제한 및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공격적인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그는 영국의 표현의 자유 정책이 미국 기업 및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회담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최고대표인 조셉 보렐은 “미국의 입장이 변화함에 따라 유럽의 전략적 방향도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미국 내 정치적 분열이 서방의 대(對) 우크라이나 대응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미국의 혼란은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하며 서방의 제재 및 군사 지원 약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번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미국 외교 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등장했으며 이는 향후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에 중요한 변수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번 회담은 미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정책이 기존의 일방적인 군사 및 재정 지원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다 유연한 협상 전략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지속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여 있음을 반영한다. 이는 향후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가능성을 시사하며 동맹국들에게도 일정한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외교적 기조 변화는 유럽 국가들의 전략적 재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U 및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기존의 친우크라이나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미국의 입장이 변화함에 따라 보다 독립적인 안보 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NATO 내에서 미국과 유럽 간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대러시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담이 미-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내분과 정책적 변화가 서방의 단합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협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외교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의 행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보다 실용적인 접근법을 찾는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