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 “나에게 한국이란?” 최우수상

[글, 신승철]

나는 한국을 떠올리면 이상할 정도로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호주의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경관도 맘에 들지만, 한국의 작은 오솔길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호주의 느긋하고 소박한 분위기도 좋지만, 한국의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일상이 더 좋았다. 왜 이럴까, 한국은 나에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가. 이러한 궁금증을 안은 채 나는 방학을 맞아 오래간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나는 초등학교 4 학년쯤에 내 고향인 한국에서 호주에 이민을 갔다. 이제는 어느덧 호주에 정착한 지 7 년에 들어섰고, 이대로 간다면 한국에서 지낸 시간보다 호주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아지는 때가 올 것이다. 한국과 호주의 문화에 골고루 영향을 받은 나는 여타 다른 이민자 가정의 자녀처럼 자신과 고향 간의 관계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땅에 적응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나는 몰려오는 일상의 파도에서 잠기지 않으려 허우적거렸기에, 내가 왜 이렇게까지 떠 있으려 하는지, 왜 이곳에 있었는지는 내 생각 밖이었다. 그러니 바람이 잔잔해지고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이날에, 나를 상냥하게 보듬어주는 바다의 움직임에 유영하며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한국. 동경 124 도와 132 도 사이, 북위 33 도와 43 도 사이, 동남아시아에 있는 백만 킬로 제곱의 땅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따르는 인구 5,100 만의 나라.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지리 교제에서 한국을 묘사할 때 나올 법한 말이다. 한국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또 하나의 공동체일 뿐이다. 그러나 같은 미술 작품을 서로의 해석과 감상평이 다른 것처럼, 이 넓디넓은 우주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있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지 않을까 싶다.

학교가 끝나고 문방구 앞에서 먹었던 100 원짜리 불량식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하게 놀았던 동내 놀이터, 눈이 수북이 쌓인 동내 정자의 지붕과 언덕 아래를 가로지르던 눈썰매들. 학교에서 특별한 날에만 나오던 김 가루가 뿌려진 잔치국수. 같이 놀던 소꿉친구와 낯선 감정으로 주고받았던 사탕. 쌀쌀한 날씨에 공원에 앉아 지긋이 바라보던 검붉은 노을.

이제는 조금 더 자란 나와, 변한 곳 하나 없는 나의 영원한 고향.

한국은 나에게 장소나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름다웠던 일상을 담은 어린 날의 기억이기도 하다. 내가 어디에 있든,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 한국을 떠올리면 되살아나는 이 감정의 향연은 나에게 영원히 남아 은은한 향수처럼 지난달의 과거를 달콤하게 물들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은 나의 경험은 내 마음 한편에 소중히 간직할 추억으로 남아 , 결말이 없는 이야기가 되어 여백의 마지막이 적힐 날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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