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한동욱 기자] “당신을 위한 추천입니다.” 요즘 소비자가 온라인 소비 환경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문구이다. 쇼핑, 음악, 영화, 맛집, 금융 상품까지 우리는 매일 수십 번씩 인공지능에게 추천을 받고 있다. 선택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AI는 빠르고 편한 길을 제시해준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과연 이 선택이 정말 나의 결정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추천 시스템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지, 아니면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급속도로 확대되는 AI 소비 환경 속에서 우리의 소비는 어디까지가 ‘선택’이고 어디부터가 ‘유도’일까.
AI 추천 기술은 더 이상 특정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는다. OTT 서비스는 시청 기록을 분석해 영화를 골라주고, 음악 앱은 하루의 분위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한다. 맛집 앱은 리뷰와 동선 정보를 바탕으로 식당을 추천하고, 금융 서비스는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예·적금 상품을 제시한다. 특히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나 패션 브랜드까지도 AI 분석을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경험을 설계한다. 이처럼 생활 속 모든 선택 과정에 AI가 스며들면서 소비자는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고민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알고리즘은 정보를 걸러주고 정리해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추천의 상당수는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추천’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는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유사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 다음 추천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플랫폼 생태계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화된 추천은 소비를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순간에 가장 적절한 선택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이런 방식의 추천이 실제로 저축 습관 개선이나 과소비 방지에 도움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리뷰 데이터와 이용자 상황을 반영한 추천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만족도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행 앱은 사용자의 과거 여행 기록과 가지고 있는 예산을 고려해 여행지를 제안하고, 패션 플랫폼은 체형, 선호, 색상, 착용 패턴, 상황 등을 분석함으로써 코디와 스타일링을 제시하고 소비자의 선택 부담과 시간을 줄여준다. 최근 일부 플랫폼은 사용자의 ‘미구매 패턴’, ‘상세페이지 체류 시간’, ‘스크롤 속도’ 등 보다 정교한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추천의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AI 추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나타났다. 추천 알고리즘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통제감과 주도성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일부 소비자는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설정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스스로 선택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추천 시스템의 개입을 더 불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또한 추천의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가끔 알고리즘이 ‘개인 맞춤 추천’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특정 기업의 마케팅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이처럼 추천과 광고의 경계가 흐려지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에서는 플랫폼의 추천 기준 공개, 광고와 추천의 명확한 구분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EU AI Act 역시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핵심 규제로 포함하고 있다.
AI 추천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알고리즘은 결국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새로운 취향이나 변화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잘못 수집되면 오히려 엉뚱한 추천과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소비자 사이에도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즉 추천의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가 추천을 관리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추천을 받는 입장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추천을 받는 존재가 아닌 추천을 조절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알고리즘 리터러시(algorithm literacy)’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데이터와 추천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디지털 역량으로 평가된다.
AI의 알고리즘 시스템은 현대 소비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고, 정보 과잉 시대에 나에게 꼭 맞는 상품을 빠르게 보여주며, 때로는 더 현명한 소비 습관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만큼 중요한 것은 선택을 주도할 수 있는 권리다. 추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앞으로의 AI 시대에는 기술의 성능 못지않게 소비자의 자율성과 투명한 정보 제공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며, 플랫폼과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균형 잡힌 추천 생태계’가 필요하다.
[위즈덤 TECH]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학습, 추론, 문제 해결 능력을 모방하여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음성 비서부터 온라인 쇼핑의 추천 시스템, 교통 내비게이션까지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인공지능이 집, 학교, 직장, 사회 곳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편리함과 동시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함께 살펴봅니다. 위즈덤 아고라 한동욱 기자의 ‘위즈덤 TECH’를 통해, 멀지 않은 미래의 일상 속 인공지능 세계를 탐험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