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최도영 기자] AI가 대체하는 직업이 많아진 요즘, 과연 의사처럼 정교한 작업과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 직업도 AI로 인해 언젠가는 대체될지 의문이 든다.
올해 7월,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은 담낭 절제술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SRT-H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은 기존 수술 로봇과 달리 수술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RT-H는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수행한 돼지 복강경 담낭 제거 수술 영상을 반복적으로 학습했으며, 각 수술 단계에서 무엇을 왜 수행하는지를 캡션 형태로 제시해 과정을 이해하도록 설계되었다. 그 결과 로봇은 총 17단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수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로봇은 ChatGPT와 유사한 머신러닝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수술 중 의료진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따르고, 상황에 따라 학습하며 반응할 수 있다.
연구 결과, 로봇 의사의 수술 시간은 인간 의사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정확도는 숙련된 외과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시작 위치를 바꾸거나 고의적으로 혈액과 유사한 염료를 추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로봇은 변화된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며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로봇 의사가 사용된 또 다른 사례는 올해 6월에도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의사가 아프리카 앙골라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활용해 원격 수술(telesurgery)을 진행한 것이다. 이 수술은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인간 대상 로봇 원격수술 임상시험이었다.
환자는 올해 3월 앙골라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집도의는 수만 건의 유사 수술을 집도한 경험이 있는 비풀 파텔(Vipul Patel) 박사였다. 환자와 집도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약 7,000마일에 달했다. 집도의는 콘솔을 통해 로봇을 조종하며 고해상도 영상과 로봇 팔을 이용해 정밀한 전립선 절제술(prostatectomy)을 진행했다. 로봇 수술은 기존 개복 수술보다 침습성이 낮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앙골라 현지 수술실에도 외과 팀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술은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파텔 박사는 이 수술의 성공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위급한 구급차 안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도 수술이 가능해질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로봇이 수술에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수술용 로봇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Teleoperated system: 외과의가 콘솔 등을 사용해 로봇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 방식
- Semi-active system: 일부는 사전 프로그램을 따르며, 일부는 의사가 조작하는 방식
- Active system: 로봇이 독립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
최근 로봇이 자율적으로 수술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 병원, 로봇 제조사 중 어느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또한 로봇은 수술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 재활 치료, 주사 삽입 등 다양한 의료 행위에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책임 공백의 위험도 키운다.
이에 따라 미국 법원은 현재 로봇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건의 원인에 따라 책임을 판단하고 있다. 기계 고장이나 프로그래밍 오류로 인한 사고는 제조사의 책임으로 보는 반면, 로봇의 부적절한 사용이나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의사 또는 병원의 책임으로 간주된다. 더불어 환자에게 로봇 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충분히 제공되었는지도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향후 의사의 직접적인 감독 없이 로봇이 자율적으로 치료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제조사에게 무과실 책임*을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무과실 책임: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가 발생했고 그 원인이 로봇에 있을 경우,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법적 원칙)
결국 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주체가 로봇이든 인간이든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의료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어질 수밖에 없다. 로봇 기술이 아무리 의료 현장에 깊이 활용되더라도, 책임을 지는 인간 주체는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