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집중력 향상에 대한 기대와 현실, 치료제의 올바른 사용 필요성
ADHD 약 ‘콘서타’ 공급 부족으로 치료 공백 우려
[객원 에디터 9기 / 태윤진 기자]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뉴스에서 오남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콘서타(Concerta)’를 가리킨다. ADHD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도하게 활동적이고 충동적인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ADHD 치료제인 ‘콘서타’가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일명 ‘머리 좋아지는 약’ 또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며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콘서타’를 먹으면 공부에 도움이 될까?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오인하지만, 실제로 비(非) ADHD 환자가 복용했을 때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많다. 최근 ADHD 치료제 처방 건수가 급증하면서 오남용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공급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며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2020년에는 14만 3000명이던 처방 환자가 2024년 32만 6000명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ADHD 치료제 처방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틱톡과 유튜브 쇼츠 같은 플랫폼에서 ADHD 관련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에 대해 접하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디어에서 ADHD 관련 증상을 자주 다루면서, 스스로 ADHD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ADHD 치료제의 오남용 때문이다. ADHD 약물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인식되면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실제로,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학업 부담이 큰 10대• 20대 ‘젊은 세대’가 2024년 콘서타 전체 처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ADHD 치료제 ‘콘서타’ 처방 건수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에서 많았다.
놀랍게도 ADHD 질환이 없는 사람들이 이 약을 복용하면 집중력 향상은커녕,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 대학 신경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교수 연구팀은 ADHD가 없는 40명을 대상으로 리탈린(메틸페니데이트), 프로비길(모다피닐), 덱세드린(덱스트로암페타민)과 같은 각성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각성제를 복용한 사람들의 작업 시간은 늘어났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약(placebo)을 복용했을 때 인지 테스트나 문제 해결 과제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던 사람들이 각성제를 복용한 후에는 생산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각성제가 비(非) ADHD 환자의 뇌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으며,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일으켜 과도한 자극, 심박수와 혈압 상승,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각성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콘서타’를 복용한 후 집중력이 향상됐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를 지목한다. 실제로 약물이 뇌 기능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복용자가 효과를 기대하며 스스로 집중력이 향상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본인이 ADHD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약을 복용한 사례도 포함될 수 있다.
ADHD 치료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약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있다. 특히, 한국얀센의 ‘콘서타’는 국내 메틸페니데이트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생산량과 원료 수급 문제로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렇게 공급이 부족해지면 약물을 잘못 사용하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약물 공급이 부족하면 ADHD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할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ADHD는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 공급의 안정성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마약류 취급 보고를 통해 과다처방 의심 의료기관과 의료쇼핑 의심 환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여 오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ADHD 치료제의 오남용과 공급 부족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의 올바른 사용뿐만 아니라 대체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송라미 대전 마약퇴치운동 본부 부본부장은 “집중력을 향상하는 데 있어 약물 의존보다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ADHD 치료제를 잘못 사용하는 것을 막고,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